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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Mar 11. 2022

전량폐기의 위기 속에서 호호히스러운 결정을 내리다.

호호히 나주 인디고 샴푸바 트리오 기획스토리 (3)

단품패키지는 한 판에 6개 인쇄, 트리오 패키지는 한 판에 4개 인쇄가 가능했다. 담기는 샴푸바의 개수로 세어보면 각각 6개, 12개였다. 단품 패키지에 비해 종이 사용량이 50%가 줄어든 트리오 패키지가 탄생되었다. 기쁜 마음을 안고 출시일에 맞추어 액션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바삐 움직이던 2월의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왔다.

트리오 패키지 높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


여태 생산한 제품들의 높이를 재 평균을 내고, 여유분까지 추가해 생산을 진행했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난 것일까. 이번 차수 제품을 지난 차수 제품들과 비교해 보았다. 이럴수가. 여태껏 제작된 제품들의 평균 높이보다 3mm가 높아져 있었다. 용량이 10g이 늘어난 것이다. 수제 제품 특성 상 크기차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번 차수가 유독 컸다. 제품 세개를 쌓아놓으니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9mm의 차이는 표준품에 아무리 여유를 더해도 모자란 수준이었다. 


최소 주문 수량이 있어 제품을 더 생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욱여 넣어보면 닫히긴 했으나 밑부분이 볼록해졌다. 어쩐지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 높이 얼마나 모자라는데요?


- 한 2mm정도 모자라. 


- 어떡하지, 리사이징 해서 패키지를 재생산해야할까요? 

  그럼 이번에 만든 패키지는 전량 폐기해야 하는데. 


- 꽉 누르면 그래도 닫혀. 스티커 붙이면 고정할 수 있어 보이는 걸.

  제품에도 문제가 없고, 하나 꺼내 쓰는 순간 문제가 없어지는데

  하나를 쓰기 전 까지가 너무 문제야. 


- 맞아요. 아, 이걸 어쩌면 좋지. 


- 나는 무엇보다 이걸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버려야하는 이 상황이 더 싫어.

  아무리 시도가 좋았더라도, 폐기하게 된다면 결국 우리가 쓰레기를 만든 거니까.




2mm라니. 2mm가 모자라서 생산한 종이를 전량 폐기해야 할 것인가. 조금 더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제품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이를 이대로는 버릴 수는 없다는 마음이 모두의 마음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싶다는 욕심에서 시작했는데, 어쩐지 일만 키운 것 같아 막막했다.


적막을 깨고 준가가 말했다.


그럼.. 우리 그냥, 솔직하게 오픈할까요?


- 뭘?


- 이 모든 상황과 결정들? 불완전 하더라도 우리가 트리오 출시를 결정한 이유.

  '에잇 어쩔수 없어, 다시 생산해야 해' 하고 넘기는 것은 호호히 답지 않으니까요.

  호호히라면 안그럴거예요. 


- 그래. 이걸 그냥 버리고 엎기에는 너무 낭비야.

  이대로 출시하자. 

  호호히의 가치에 동의해주시는 분들이라면, 

  이 결정이 호호히스럽다고 생각해 주실거야. 


  - 이름하여, '버려지는 종이를 줄이려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차마 종이를 버릴 수 없었어요'

    그리고 가격 혜택을 드리는거죠. 리퍼브 제품처럼. 


- 좋아. 그럼 트리오 판매 가격 얼마까지 줄일 수 있을지 내가 계산한번 해볼게.

  그러면 제품 고정할 수 있는 스티커좀 알아봐줘. 출시 플랜 다시짜자.


- 네!!



팀 호호히는 이대로 출시를 결정했다. 그리고 동시에 소망했다. 
우리의 진심이 고객분들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종이를 버릴 수 없어 선택한 이 결정을 응원해 주기를. 


(4)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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