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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May 24. 2022

누가 워크샵을 백패킹으로 가요. 저희요.

호호히 굴업도 백패킹 여행(?)기

호호히 피플 인터뷰 이후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백패킹의 매력에 빠져버린 팀 호호히. 언젠가는 가봐야지 말은 했지만 실제로 갈 기회를 잡지는 못했는데 아직은 봄이 다 오지 않은 어느 날, '휘토피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 선생님들 이제 백패킹 한번 가셔야죠. 밖에서 자기에 3월은 추우니까 4월이나 5월쯤 가보죠!


- 좋아요. 말로만 듣던 LNT 저희도 해보나요.


- 네네, 제가 갈 곳이랑 필요한 것 정리해서 한번 사무실로 들러볼게요.


-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렇게 시작된 백패킹. 장소는 백패커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굴업도로 정했다. 배를 두 번이나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 바다 위 언덕이 절경인 곳. 이십여 명 남짓의 주민들이 사는 작은 마을. 굴업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로 가 배를 타고 덕적도로 이동한 다음, 덕적도에서 작은 배를 갈아타면 된다. 인천 > 덕적도 > 굴업도 순이다.

짐의 무게는 두려움의 무게라는 말을 새기며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겼다. 다만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하에 개인 식기, 수저, 컵, 쓰레기봉투를 야무지게 챙겼다. 이른 아침 인천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었다. 지하철 2시간, 덕적도까지 가는 배 1시간, 굴업도까지 가는 배 2시간으로 이동시간만 5시간 이상이 걸렸다.

덕적도에서 식사를 하고 백패킹을 할 동안 먹을 것을 구매한 후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에 몸을 싣었다. 배에서도 끊임없이 회의를 시도하는 대표 솜. 아차차. 우리는 지금 워크샵 중이었다.




마침내 굴업도 도착! 마을에서는 백패커들의 짐을 민박까지 싣어다 주시곤 한다. 멀리서 오는 여행객들을 반겨주는 마음일까 싶어 참으로 감사했다.


언덕 아래 마을에서 다시 짐을 챙긴 후, 언덕으로 올라갔다. 가방을 메고 언덕을 오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방을 던지고 앉는 순간이 가장 시원하다는 선배 백패커의 말에 희망을 걸고 언덕 하나를 넘는 순간, 보이는 풍경에 넋을 잃었다. 가방을 벗지 않아도 시원했고, 덩달아 가방 무게도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 이래서 백패킹 하나 봐.


- 그니까. 방금까지 힘든  벌써 미화 끝났잖아.


그렇지만 도저히 이 가방을 메고 언덕을 빙 둘러 걸어갈 수는 없었으므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짐을 내려두고 의자와 탁자를 챙겨 텐트를 가장 많이 친다는 언덕배기로 걸어갔다. 바로 사슴이 나오는 언덕!


뷰를 감상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 보니 정말로 사슴이 보였다. 그것도 여러 마리가 풀을 씹고 뜯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진짜 있네 사슴.


- 아니 귀엽잖아...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드니 사슴들이 더 나오기 시작했다. 자유롭기 돌아다니는 사슴들은 이미 백패커들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 사슴은 여기 어떻게 흘러온거지, 진짜 건강원 사슴 두마리가 뛰쳐와서 번식한건가?


- 그건 조금 노아의 방주 스토리같지 않냐구. 여기서 뭘 하다가 풀어놓고 간게 아닐까?


- 너무 궁금해. 대체 어떻게 들어온거지. 이따가 찾아봐야겠다.


역시 마냥 귀엽다고 하고 넘어가지 않는 솜이었다. 대표의 그릇이란. 




지는 노을빛이 언덕을 물들였다. 어쩐지 맨발로 거닐고 싶어졌다.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던지고 땅과 바람에 몸을 맡기니 숨이 탁 트였다. 너무 좋다는 말이 모두의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이동과 무게의 고생은 잊은 지 오래였다. 정말이지 이런 자연을 오래오래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굴업도 바닷가에는 다른 곳에서 밀려들어온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솜이 골똘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2)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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