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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May 31. 2022

굴업도의 문제를 봤는데 그냥 지나칠수만은 없지.

호호히 굴업도 백패킹 여행기(2)

태고의 모습이 대부분 남아있어 백패커들의 성지로 불리는 굴업도. 접근이 어려워 오랫동안 육지와 고립된 탓에 만들어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굴업도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밀려드는 쓰레기와 사슴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문제인데요, 알고나니 그냥 지나칠수는 없어 굴업도 여행기 2번째 시리즈는 굴업도의 문제들을 다루어보기로 했습니다.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결국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일테니까요. 


해안으로 밀려드는 알수없는 쓰레기들


굴업도 해안에는 연일 엄청난 쓰레기들이 발생한다.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것 처럼 보이는 쓰레기들이 한데 모여 뒤엉키고 있었다. 어망 쓰레기와 페트병, 술병, 스티로폼들이 해안가에 널부러지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맨발로 거닐어야 할 해안가에서 어쩐지 신발을 고쳐신어야 할 것 같았다. 

굴업도 해안가의 전경


- 쓰레기가 너무 많다. 이걸 누가 다 버리고 간건가?  


- 그냥 버리고 간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데, 언뜻 서해안으로 쓰레기 많이 밀려온다고 들었던 것 같아. 


이미 10년 전부터 곳곳에서 원인모를 쓰레기가 계속 흘러왔다고 한다. 여기에 쓰레기 중 상당수가 플라스틱 쓰레기라 심각함은 가중되고 있다고.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는 있으나 역부족이거니와 굴업도의 땅 98%가 C&I레저산업의 소유인 만큼 협조 없이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쓰레기 수거시설을 설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일부 백패킹족이 버리고 간 쓰레기까지 엮여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 와서 흔적만 안남긴다고 될건 아닌 것 같은데, 비치클린 같은 것이라도 어떻게 할 수 없을까?


- 음. 우리가 한봉지씩이라도 나갈때 들고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찾아보니 배도 1년에 1~2번만 쓰레기 싣고 간다는데.
  주말에 백패커들 규모 생각하면, 한봉지씩 육지로만 가져가도 처리하는데 도움되지 않을까. 
  운송비용 들이는 대신에 처리비용으로 사용할수도 있을 것 같고.


- 좋은 생각이야. 


- 제주도는 비치클린이 하나의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았잖아요.

  굴업도도 백패커의 성지라는 느낌이 있으니까 백패커들 사이에서
  하나의 fancy힌 운동처럼 입소문 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와, 그럼 너무 좋겠다. 백패커 커뮤니티 같은게 있나?


- 저도 좀 찾아볼게요!


- 우리 진짜 꼭 다시 오자여기. 큰 쓰레기 봉투 하나라도 들고.
  일단 그렇게 해도 되는지 주민분께 내가 물어볼게.


- 대체 친화력 어디까지야. 번호 알아오세요.


마을 주민분의 연락처까지 알아냈다. 문제를 그냥 보고 지나칠 수 만은 없는 솜과 어떻게든 그녀의 생각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휘와 준가. 10월의 어느날에 다시 굴업도를 찾기로 결심했다. 조금 더 촘촘하게 짜여진 해결책을 갖고서.




굴업도의 귀여움을 담당하는 사슴이 알고보니 골칫덩이라고?


굴업도의 트레이드 마크 사슴. 알고보니 주민들이 호소하는 가장 급박한 환경문제라고 한다. 자연에 동물이 뛰어놀면 좋은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급격한 개체수 증가가 문제라고. 본디 굴업도에서 나고자란 사슴이 아니라 뭍에서 유입되어 자리잡은 사슴은 천적이 없어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어나 굴업도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는데, 여기에 풀 뿐만 아니라 나무까지 먹어치우고, 넘치는 배설물로 인해 굴업도의 토지는 고통받고 있다.


본래 초식동물은 서식지를 이동하며 풀을 뜯는다. 이동을 하는 동안 지나간 자리에는 새 풀이 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여의도에 1/5로 작은 굴업도에서는 이동할 곳도, 자랄 때 까지 기다릴 풀도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 마냥 귀엽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문제가 있는지는 몰랐네

  먹이사슬이란것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 어떻게 보면 사람 같다. 개체 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끊이질 않는.

  섬 보존을 위해서 흑염소랑 사슴이랑 풀었다고 봤는데, 너무 많아지니 이것도 문제구나.


- 타노스 오셨나요. 

  참 사슴문제는 어떻게 우리가 나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 사슴이 굴업도로 백패커를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했을 것 같은데.

  막상 없어지면 또 다른 문제가 나오려나?


- 그러게. 정말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문제들의 원인에 인간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지.


- 참 무섭고 아프다. 미안하고. 어찌되든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무기력해질 것 같았다. 지금 당장 우리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은 없었다. 다만 우리가 굴업도를 다시는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굴업도의 주민과 생태계가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토지소유주와 지자체 이해관계의 갈등 이전에 이곳은 사람과 다른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니까. 



(3) 편에서 계속.





참고자료

인천 굴업도 쓰레기로 몸살

굴업도, 7성급 백패킹 명당인줄 알았더니 '물티슈 왕국'

끝나지 않은 굴업도 이야기

꽃사슴 뛰노는 외딴 섬, 난개발 그림자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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