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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씨 Feb 01. 2021

나는 왜 글을 잘 쓰는가?

배포 있는 독서일기 1


플렉스 쩌는 니체 형을 만났다.


초등학교 그 어느 날 우리 집에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장 높은 곳, 내 손이 겨우 닿을 듯한 선반에 낡은 책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내가 읽을 책이 별로 없었던 환경이라 전집류가 많은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학교 도서관의 모든 책( 지금 학교 도서관과 비교불가)을 다 읽었다. 읽을 시간은 많았지만 읽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그래도 짜라투스트라는 꺼내 들지 않았다. 이름이 어려웠다. 이름이 어려워서 책도 어려울 거라 확신했다. 어린아이가 절대 읽을 수 없는 책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20년이 넘게 내게는 넘볼 수 없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로 모든 게 멈췄고 종결을 기다리기에 우린 너무 지쳤고 시간이 아까웠다. 준정이 비대면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무심하게 날아가버린 지난 1년의 시간에 나의 욕구마저 빼앗겼다. 뭐라도 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호호 할머니(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했던 호호 아줌마가 왜 떠오를까)가 되어버린 뒤에야 정신을 차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동참을 선언했다.


우리의 첫 토론 책이 정해졌다. 사이토 다카시가 쓴 '곁에 두고 읽는 니체'였다. 그렇게 나는 짜라투스트라를 만난 지 30년 만에 거리두기를 없앨 수 있었다. 필자는 니체가 남긴 수많은 저서들 속에서 감명받은 아포리즘을 모았다. 니체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작가의 예찬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럴만한 인물이었다.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의 목차는 이렇다. '나는 왜 이렇게 지혜로운가?', '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을 쓰는가?' 니체가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인물이라서는 아니었다. 오랜 시간 무수한 사유로 탄생한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자 확신이었다. 아무나 그럴 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그럴 수는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심했다. 이 플렉스 쩌는 니체형에게 감화된 나는 이런 제목의 책을 언젠가 써보리라. '나는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가?' 항상심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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