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는걸요
병원을 나서며 가장 먼저 남편에게 알렸다. 수술 날짜는 잡혔다고.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병원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어쨌든 전신 마취를 해야하는 수술인데 믿을 만한 데서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남편에게 속사포로 뱉어냈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많이 예민했던 것 같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남편은 곧 감정이 수그러들겠지 하며 기다려줬다.
하지만 남편의 차분한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지금 아내가 아프다는데! 수술을 해야된다는데! 왜 그렇게 천하태평인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을까. 그 당시에는 그게 서운하고 섭섭했다. 그렇지만 또 지나고 보니, 늘 그렇듯이, 남편까지 호들갑을 떨었으면 아마 나는 수술 전에 이미 공황발작으로 수십번을 병원에 다녀왔을 것이다.
남편과의 이야기를 다 끝내고 그간 잡아놨던 약속들을 취소했다.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어떤 이에게는 덤덤하게, 어떤 이에게는 울며 불며. 뭐 이게 그렇게 큰 일이라고 싶다가도, 다시 생각하니 또 큰 일 같기도 하고. 소식을 전하며 놀랐던 건 생각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부인과 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환경호르몬의 문제인걸까? 많은 사람들이 겪었다고 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큰 일 아니구나 하며 위안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알려야했다. 금요일 수술로 입원하면 월요일까지 아이들을 친정에 맡겨야한다. 엄마에게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할 것을 알기 때문에. 그간 먹어왔던 라면이 문제라며 나의 생활 전반에 걸친 잔소리와 함께. 그래도 어쨌든 이야기는 해야했다. 최대한 간단하고 덤덤하고 시크하게 엄마에게 전했다. 금요일에 와서 아이들을 좀 봐달라고. 수술을 하러 가야하니 월요일까지 봐줘야한다고. 강도도 이런 강도가 없었다. 결국 엄마의 시간까지 뺏었다.
아이들 문제를 정리하고 나니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수술까지는 3일정도가 남았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번씩 감정의 기복이 있었다. 차라리 빨리 수술을 하러 가고싶기도 하다가. 수술을 안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건지 찾아보다가.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결론은 정해져있었다. 당장 금요일에 수술을 해야한다는 것. 이제부터 금식을 해야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