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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Feb 14. 2022

마음을 읽어준다는 것.

아침을 먹는데 아들이 물었다

“엄마, 영어학원 끊고 싶다고 하면 끊을 거야?”


내가 “응.”이라고 하자 아들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학원을 보내면 몇 년간 같은 곳을 보냈다.

학습지도 6년째 매일 아침 미루지 않고 하고 있다.


공부를 시키는 양은 적은 편이었지만,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아들에게 “매일 변기에 한 컵의 물을 붓는 일을 하더라도 매일같이 하는 일은 신성한 일이야.”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 영어학원은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들이 다니는 영어학원은 레벨테스트 후 들어간 학원이었다.

아들은 내가 그 학원에 다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엄마는 왜 영어학원 끊어준다는 건데?"


싫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내가 이렇게 얘기하자 아들은 나에게

“내가 힘들다고 할 때 엄마가 학원 끊는다면 나 열심히 다녀볼게.”라고 했다.     


아들은 영어학원 이야기 후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학교 다니기 싫었어.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어. 그래서 나는 전학 가는 거 슬프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아들은 전학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아들은 그동안 학교에 가는 것이 늘 즐겁다고 했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가끔 내가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기도 했지만

정작 아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그런데 왜 엄마한테 즐겁다고 했어?”

“엄마가 걱정할까 봐. 그리고 내가 행동을 잘못해서 친구가 없는 거라고 할까 봐.”  

  

나는 아들을 안고,

그동안 외로웠을 텐데 학교 다니느라 수고했고

애썼다고 말해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애썼다."는 말에 아들이 머뭇거리다가

큰 인형을 안고는 인형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엄마가 마음을 읽어주자 그동안의 서러움이 터진 것이다.


엄마도 어린이였다는 것을

자주 잊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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