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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아쉬울 때
(실수 좀 해도 괜찮아요.)
by
몬스테라
Apr 25. 2022
오늘 직장 동료인 변호사님들과 커피를 들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대화를 하던 중 나는 특정한 표현을 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찾다가 아무 생각 없이 (놀랄만한) 저속한 표현을 하고 말았다. 좀 부끄러웠다.
가끔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성대에서만 나오는 느낌이 들 때면 나 자신이 참 아쉽다.
내가 말한 것이 부끄러운 경우도 많지만 평소 행동 실수도 많다.
잘 몰라서 실수하기도 하고, 생각이 짧아서 실수하기도 하고.. 그 실수가 떠올라 부끄러울 때면 나는 종종
신음하곤 한다.
십오 년보다 더 오래전,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20대였고 장례식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법연수원 동기 언니의 부친상에 가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조문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조문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긴장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와 친한 연수원 동기 언니가 함께 가기로 했고
그 언니는 나보다 연장자니까 나는 언니만 따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장례식장에서 간단한 묵념으로 조의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는 크리스천의 장례식장이 아니라면 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영정 앞에 섰고
나는 절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절을 하려는 제스처를 서로 느끼며, 함께 절을 하려는 찰나.
나는 일반적으로 하는 절을 하려고 손을 바닥에 대려고 하는데, 함께 간 언니가 손을 이마에 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언니가 이마에 손을 포개고 양반다리로 앉아서 큰 절을 올리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내가 큰 실수를 했다고 여겼다.
다행히 고인께는 절이 2번이므로 나에게는 만회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절은 나도 손을 이마에 포개고 조심스럽게 앉아 양반다리를 한 후 허리를 숙여 큰 절을 올렸다. 전통혼례식 때 맞절하는 신부처럼.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겠다는 마음,
그리고 각별한 예의를 갖추어 엄숙하고 경건하게 조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상주들에게 돌아섰다.
우리는 상주를 마주하고도 이마에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앉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상주들께 큰 절을 하고 나니 다시 일어서는데 다리가 후들거
려 넘어질뻔했다.
나는 우리가 그때 했던 절로 인해 상주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것이 여성의 폐백 절이며 경사에 하는 절이라는 것을.
정말 이불을 차고 벌떡 일어나고 싶었다.
같은 실수는 아니지만 나는 부끄러운 일이 참 많았다.
늘 그렇다..
평소 20% 부족한 나 자신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나인걸..ㅜㅜ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 캐롤 터킹턴-
캐롤 터킹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keyword
실수
장례식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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