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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May 26. 2022

그냥

그가 왜 형사법정에 서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는 오늘 오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

앞으로도 재판에 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저께 그가 나에게 과하게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고 갔던 모습이 떠올랐고,


그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내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오후에 상담한 어떤 피고인은 '도저히 무죄일 수 없는 사건'에 대하여, 자신이 무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구 끝까지 가서 다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예전 같으면 한숨이 나올 일인데, 다투겠다는 의지가 큰 그 피고인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괜찮았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박준 시인의 시집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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