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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Jul 25. 2022

휴정기에 그림을 그리다.

(먹고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워요.)

법원은 매년 여름 혹서기에 2주간 휴정을 한다.

긴급한 사건 빼고는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휴정기에는 법원에서 재판을 하지 않으니

변호사들도 주로 이때 쉰다.


휴정기는 주로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다.

오늘은 휴정기 첫날이다.


나에게도 앞으로 2주간 재판 일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상담을 하거나 서면을 쓰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재판이 있을 때와 달리 좀 자유로운 시간이다.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마음이 동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오늘 문득 스케치북을 보니 내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 작가나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일필휘지처럼 한 번에 그림을 그려내던데

나도 지우고 수정함이 없이 한 번에 무언가를 그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림으로서 내 마음속의 무언가를 덜어내고 싶었다.


얼마 전 상해사건 피고인을 상담했는데

자신은 결코 상대방을 때리고 욕한 적이 없다고 했다.

너무나도 억울하다고 해서 나는 검찰청까지 가서 증거 영상인 CD를 확인했다.

피고인에게 같이 가서 증거 영상을 확인하자고 해도 바빠서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억울하다면서.


막상 영상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나 첩혈쌍웅에서나 볼법한 날아 차기와.. 쩜쩜쩜


CD를 보고 나서 다시 상담했다.

"안 때리셨다면서요. "

그가 말했다.

"진짜 안 때렸어. 서로 몸싸움은 했지. 아 그런데 그 정도도 안 하고 어뜨케 싸워~~."



마침 강제추행죄로 재판받던 중년 남성이 무죄판결을 선고받고는 전화가 왔다.


성범죄 전과자가 될 뻔한 것을 증인신문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해 주었는데

그는 나에게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무죄를 받았으니 나라에서 돈을 줘야 할 것이 아니냐며 따지듯 질문만 하고는 끊었다.


나는 어이없는 피고인들에게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현실에서는 노력하지만(잘 안 될 때도 있음)

그림은 이런 감정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최근 내 뒷목을 잡게 했던 피고인들을 떠올리며 내가 눈을 무섭게 희번덕 거리며

쳐다보는 생각을 하니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미술치료)))



먹고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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