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이라고, 성수에서 하는 독립출판 페어에 다녀왔어. 내가 좋아하는 채도운 작가님이 진주에서 올라와서 부스를 여셨거든.
평소 주말에 잉여인간처럼 있었는데
팬심이 발동해서 성수까지 다녀왔어. 그런데, 작가님께서 나한테 때수건을 선물로 주셨어. 오늘은 운이 되게 좋은 날인 거 같아. 내가 때수건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찌 아시고..
성수까지 다녀오니 급 타우린이 필요하구먼.
오징어에는 피로해소에 좋은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대.
오징어보다 모단 나의 체력
내가 오징어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지능이 높은 편 이래. 또치 네가 책을 읽을 때는 오징어가 너보다 더 나을 수 있어.
그리고 오징어는 수명이 1년밖에 안된대. 너무 짧지만 이 1년도 오징어에게는 한평생이겠지?
이 얼마 살지도 못하는 오징어를 먹으려니 미안하긴 하지만 오징어뭇국은 내 영혼의 음식이야. 어릴 때 엄마가 자주 해주셨잖아.
날씨가 서늘해지면 뜨끈한 오징어뭇국이 생각나. 오징어뭇국을 파는 식당도 잘 없고, 오징어뭇국은 정말 엄마의 음식이야. 쉬우니까 한번 따라 해 봐.
[맑은 오징어뭇국]
1. 물 130ml에 나박 썬 무와 멸치육수코인을 하나 넣고 팔팔 끓여.
2. 그동안 오징어를 손질해. 손질오징어를 사서 씻고 썰면 되는데, 껍질 있는 부분은 미끄러우니까 하얀 부분을 위로하고 썰어. 잘 안 썰어지면 주방가위 사용해도 됨.
☞ 키친타월을 이용해서 껍질을 쉽게 벗기는 방법이 있지만, 오징어 껍질에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고 국물 색을 위해 껍질은 그냥 사용하는 것 추천.
3. 무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마늘 한 숟갈, 국간장 3 숟갈, 액젓 3 숟갈(멸치, 까나리, 참치액젓 다 상관없지만 나는 참치액젓과 멸치액젓을 2:1 비율로 사용함) 넣고 대파와 오징어 투하.
4. 무가 완전히 익고 국물이 오징어 껍질 색깔로 물들면 다 된 거임.
5. 나는 아이랑 같이 먹으니까 맑은 국으로 했지만 사실 고춧가루 넣으면 더 맛있어.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고춧가루 두 숟갈 넣고, 집에 홍고추나 청양고추 있으면 썰어 넣으면 됨.
☞ 들기름에 무를 달달 볶다가 무가 투명해지면 그때 물을 붓고 조리하면 더 더 더 맛있어.
[오삼불고기, 오징어볶음]
1. 양배추, 당근, 대파, 양파, 애호박 중 집에 있는 채소 있으면 웍에 넣고 볶아.
2. 볶다가 빳빳하던 양배추가 힘이 좀 빠지면 삼겹살과 양념을 넣어.
3. 양념은 오징어 두 마리 기준 고추장 2 숟갈, 고춧가루 5 숟갈, 진간장 3 숟갈, 후추 톡톡, 참기름 1.5 숟갈, 굴소스 1.5 숟갈. 설탕 4 숟갈, 다진 마늘 1.5 숟갈을 넣어서 섞어.
☞ 양념을 만들려니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러면 그냥 시판 양념을 사용해. 가격도 저렴하고 내가 영혼을 다 바쳐 만든 오징어볶음보다 이거 넣은 게 더 맛있더라.
4. 오징어는 오래 볶으면 질겨지기 때문에 삼겹살이 얼추 익어갈 때 투하. 오징어가 다 익고 양배추가 겸손해지면 끝.
언니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맛이 없다면?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 알지. 그냥 맛있다고 생각하고 먹어.
또치 너도 회사 다닌 지 참 오래됐다. 어릴 때 우리 아기공룡둘리 잘 봤잖아. 어릴 땐 고길동이 둘리랑 또치, 도우너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고길동의 삶이 얼마나 짠하고 기구한지.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이 불쌍하게 느껴지면 어른이 된 거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