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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널 위해 뭘 해주니

by 몬스테라

나는 우리 사무실 변호사님 두 분과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서 서로의 독자가 되어 주는 ‘글터디’ 시간을 가진다.


처음에는 한 변호사님과 둘이서 했는데, 작년 7월부터는 또 한 분의 변호사님이 우리와 함께 하게 되었다. 단지 한 명 또는 두 명의 독자에게 보여 주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가슴을 벅차게 했다.


왜냐면 그것은 무보상, 무목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의 기쁨을 위해서 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각자가 맡았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사건을 간접 경험하고, 서로에게 배우기도 했다. 나와 함께 글터디를 하는 변호사님들은 인간애가 깊고 측은지심이 많은 분들이라 그 변호사님들의 글에서 많은 감동도 얻었다.


또, 글을 쓰면서 나의 변론과 피고인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기억하고 싶은 사건들을 기록해 나갔다.


매주 길어봐야 이 ‘글터디’ 시간은 30분 정도였고, 어디에 발표할 글도 아니기에 우리 셋의 글은 각자의 방에 차곡차곡 모였다. 한 주를 끊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3년째가 되어 그 글을 보니 우린 참 대단한 일을 했구나 싶었다.

100편에 가까운 글을 썼고, 글을 출력해 놓은 A4 지는 한 손에 잡히지 않을 두께가 되었다.



내 글은 발표 목적이 없이 작은 방에서 변호사 3명이 함께 보기 위해 쓴 글이므로 비문도 많고, 잘 쓴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비범한 일들에 대한 기록이고 나를 위한 시간이 만든 열매이기도 하다.


내가 행복을 느꼈던 그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내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의 대부분이 요즘 새로 쓴 글이 아니라 글터디 파일을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두었다가 하루에 한두 편씩 올리는 방식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 전미도가 조정석에게 묻는다.

익준아,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저는 저를 위해 글터디를 해 줍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위해 뭘 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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