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집행정지란 사형, 징역, 금고, 구류의 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는 수형자에게 형사소송법에 정한 인도적 사유가 있을 때, 형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이다.
사형의 경우 사형의 선고를 받은 자가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거나 잉태 중에 있는 여자인 때에는 법무부 장관의 명령으로 집행을 정지한다. 심신장애의 회복 또는 출산 후 형을 집행한다.
징역, 금고 또는 구류처럼 자유를 빼앗는 형벌인 자유형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정한 사유는 다음과 같다.
선고를 받은 자가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때,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연령 70세 이상인 때,
잉태 후 6월 이상인 때,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개념으로 구속집행정지, 귀휴, 가석방, 사면이 있다.
형집행정지는 ‘형 집행 중의 수형자’가 대상이지만 구속집행정지는 ‘수사 또는 재판 중 구속된 사람’이 대상이다. 즉, 형집행정지는 자유형(징역, 금고, 구류)의 경우에는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집행하기 시작한 ‘기결수’가 대상이고, 구속집행정지는 아직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가 대상이다(단, 사형수는 사형을 해야 그 형을 집행하는 것이므로 기결이 아니라도 형집행정지 대상)
형집행정지나 구속집행정지가 정지 종료 후 재수감되어 잔형이 집행되는 것과 달리 가석방은 석방 후 가석방 기간이 경과하면 형 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보므로 잔형이 집행되지 않는다.
사면의 경우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람’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권을 상실(일반 사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되므로 재판받지 않게 된다)시키고 ‘형 집행 중인 수형자’의 경우는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일반사면)시키거나 형의 집행을 면제(특별사면)한다.
형집행정지와 귀휴의 차이점은 형집행정지의 경우, 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 검사 또는 형의 선고를 받은 자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검사의 지휘에 의해서 하는데 귀휴는 교도소장이 허가한다.
근거 법률도 다르다. 형집행정지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고, 귀휴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일반 귀휴의 조건은, 6개월 이상 복역한 수형자로서 그 형기의 3분의 1(21년 이상의 유기형 또는 무기형의 경우에는 7년)이 지나고 교정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아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1년 중 20일 이내의 귀휴를 허가할 수 있다.
가족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위독한 때,
질병이나 사고로 외부의료시설에의 입원이 필요한 때,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해로 가족, 배우자의 직계존속 또는 수형자 본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그 밖에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때
특별 귀휴의 경우 수형자의 가족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사망한 때, 직계비속의 혼례가 있는 때 허가할 수 있다.
형집행정지기간이 형 집행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반해서 귀휴 기간은 형 집행기간에 포함한다.
나의 피고인들이 구속집행정지가 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는데, 모두 사정이 딱했다. 말기암을 수감 중 발견하여 수술과 회복기간에 잠시 구속집행이 정지된 사람, 멀쩡하던 사람이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경우 등이 있었고, 정지된 기간을 마치고 다시 재수감되었다. 암이라도 초기인 사람은 외부진료가 가능하므로 쉽게 집행정지되지 않는다. 만성신부전증 환자들도 구치소에서 투석할 수 있으므로 이런 정도로는 구속집행정지가 되지 않았다.
2018년에 모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형집행정지자는 1,281명이었고 그 중 481명이 집행정지 기간에 질병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한 구속된 피고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아버지가 양육했는데, 항소심 재판 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가 할아버지의 장례에서 상주 역할을 하도록 3일만 구속집행정지를 하도록 해달라고 구속집행정지신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거되지 못한 공범이 있는 범죄였는데, 장례식장에서 아직 검거되지 못한 공범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후 내가 다시 접견 갔을 때 피고인은 할아버지가 조용필 노래를 좋아하셨다면서 울었다. 구치소에서 점심시간에 노래를 틀어주는데 걸핏하면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나오는 바람에 그럴 때면 숨죽여 운다고 했다.
수감 중 아내가 자살하여 상주를 하기 위해 잠시 나왔던 피고인이 있었다. 그는 장례를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사를 한다고 잠시 사무실에 들렀었다. 변호사님을 밖에서 한번 보고 싶었다고.
그는 창백한 얼굴에 검은 정장을 입고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옆에는 그와 구치소까지 동행할 사람이 서 있었는데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그를 보면서 처음으로 내 직업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남의 불운을 보는 직업이구나.'
형집행정지는 주로 이처럼 불운한 일을 겪었을 때에만 이루어지므로
좋은 일이라고 볼 수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