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부법 관련한 책들이 핫하다. 다 좋은 내용이다. 그 책에서 알려준 대로 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공부와 운동은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와 운동을 해서 의미 있는 효과를 보려면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나는 저 둘을 하는 것이 참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나는 평소 뇌에 시동을 걸지 않으면 주의가 옅어 귀도 잘 안 들린다.
얼마 전의 일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저소득층 외국인 피고인도 국선 변호한다(외국인 피고인과 접견하거나 상담할 경우에는 통역사를 대동해서 상담). 어느 날 사무실에서 내가 화장실을 가려는데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 중년 남성분께서 사무실 입구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어떤 변호사를 찾으러 오셨냐고 하니, 계속 “이마뜨레숑”이라고 했다.
이마뜨레송?이마뜨레숑?
아무리 보아도 동양적인 외모라서 러시아 쪽은 아니고.. 베트남이나 동남아 쪽 이름도 아닌 것 같아서 나는 몽골인인가 생각했다.
직원에게 “몽골분 같은데, 이 분 오늘 어느 변호사님이랑 상담 있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이
변호사님, 제가 이마트 배송시킨 건데여.
“.....”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독서실에 가면 독서실 책상을 닦고 책상 세팅하고 커피 놓고 펜 놓고 지우개 때까지 벗기고 나면 집중력을 높이는 백색소음 음악도 골라야 하고 카톡도 보고 네**뉴스에 속보 뜬 것은 없는지 확인하다가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마지막으로 앞머리가 내려오지 않도록 핀도 꽂아야 하고.. 공부할 준비로 1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사무실에서도 문제이다. 방으로 직행해서 서둘러 일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탕비실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다가 당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아직 일 시작도 안 함) 과자 등 이것저것 부지런히 챙긴다든가, 내 방에 도착하더라도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나도 모르게 각종 포털사이트 기사와 드라마 내용을 읽고 있다든가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는 쇼핑광고를 홀린 듯이 클릭한다든가..
이런 나도 일상은 유지해야 하고 업무실수도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나만의 특별한 장치가 있다.
[단기간 집중력을 요할 때]
집중하는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현재의 일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혼잣말을 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과거나 미래의 일에 대한 혼잣말을 하거나 지금 해야 할 일과 무관한 걱정거리에 대한 혼잣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혼잣말을 크게 할 필요는 없고, 작은 목소리로 하거나 마음속으로 해도 효과적이다.
혼잣말은 딴짓으로 넘어가려 하는 나를 잡아 본짓에 묶어 두는 장치이다.
주로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혼잣말을 본격 개시한다.
‘백종원 씨(가명) 항소이유서 써야하고 박보검(가명)씨에게 전화해야 한다..’
별일이 없어도 방에 들어서면 혼잣말로 ‘옷을 걸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커피를 가지러 간다, 판례를 검색한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동시에 행동하거나 혼잣말에 이어 행동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업무를 하기 전 행동은 혼잣말로 계속 표현한다.
컴퓨터 켰다, 메일 확인하고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도 본격적으로 내가 해야 하는 작업에 착수하기까지는 작은 목소리로 클릭하는 것들을 읽는다.
“요즘 옆집 놀러 갔더니 이런 걸 주더라.”, “괴물급 특대용량”
“해풍쑥떡 해풍쑥떡"
이렇게 혼잣말로 내뱉으면 아, 내가 지금 이걸 보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하고 재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