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넷플**을 돌려보다 이제 볼것도 없네. 하는 안타까움과 지루한 시선으로 리모콘을 꾹꾹 눌렀다. 몇년 전 부터 인생작이니... 걸작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희안하게도 여러번 보려고 시도할 때마다 왠지 나의 마음을 끌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랑은 안맞는건가? 무심코 넘겼던 드라마인데 이번에는 하도 볼것이 없어서 그냥 한번 내용이나 훑어볼까? 하고 클릭을 했다가 빠져나올 수 없는 감동과 슬픔과 처절함, 애절함에 24부작을 며칠에 걸쳐 다 봐버리고 말았다.
찾아보니 2018년 작으로 이미 방영 시기에 미스터션샤인 신드롬이 휘몰아쳐갔었는데, 곁눈 한번 내어주지 않았었는데, 이 작품에 아주 푹 빠지고 말았다.
조선인이지만 미국인, 조선인이지만 일본인, 친일파 부모를 둔 부잣집 도련님, 임금의 스승을 하고 집안에서 9명이나 정승이 나온 사대부 가문의 애기씨, 조선인이나 일본에 호적을 둔 빈관 여주인의 크고 굵직한 리드.
한사람 한사람이 각자의 크나큰 아픔을 지니고 있으며 애틋하고 안쓰러워서 누구하나 미워할 수 없었고 각자의 역할에 빙의한 듯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가 일품이었다.
작품의 배경은 조선 말기 고종시대로 잘 모르던 역사에까지 관심이 저절로 가게 만들었다. 고종이 나약한 것인가? 망조가 든 나라의 왕은 힘이 없는게 당연한 것인가? 드라마 속 고종은 끊임없이 번민한다.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괴로워하고 아파한다. 그리고 두려워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종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이 생겼다.
내가 조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나라를 팔아먹겠다는 매국노들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선조들, 목숨걸고 피흘려 나라를 지키겠다고 앞장선 의병들 너무 감사하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툭툭 내뱉는 대한민국을 욕되게 하는 발언을 가만히 접어 넣어두게 하는 작품이었다.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기 시작하면 찾을 길이 없다." 고 하는 그 시대를 한마디로 표현한 대사는 내 머리속에 오래오래 울림을 줄것 같다.
뒤늦게 만났지만 귀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얻어서 너무 감사하다.
마음 속에 뮤직박스에서 흐르던 음악이 계속 흘러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