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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Aug 11. 2021

아프면 나만 손해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후 - 잠시 안아픈 틈을 타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넷이 분주하다. 블로그, 카페, sns 어디에서건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서의 생생한 후기들이 넘쳐난다.


  백신 1차를 맞으러 가면서부터 긴장되고 무서웠다. 너무 많은 후기들을 봤나? 그 덕분에 백신 맞기 며칠전부터 몸을 편안하게 해두었고, 당일에는 예진표를 챙기고, 신분증을 챙기고, 마스크도 KF94 필착. 사람들 많이 밀릴 것을 대비하여 조금 서둘러 가는 센스까지. 혹시라도 대기인원이 많으면 한쪽 구석에서 읽을 책까지 준비했다. 이정도면 됐어. 


  접수하고 대기하고 예진하고 접종후 다시 대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집에 돌아올 수 있는 프로세스. 

이야.. 철저하구나.


  주사를 맞는 시간이 다가왔다. 긴장하고 선생님과 스몰토크를 하는데 스티커를 붙여주신다.

"다 끝난건가요?" 

하며 의사선생님에게 질문까지 했다. 끝났다는구만...

너무 안아픈거 아니야? 아무런 느낌이 들지도 않았다. 샤워는 되도록이면 하지 말고, 그래도 샤워하고 싶으면 아쿠아 밴드를 붙인 후에 하라고. 무리하지 말고, 식사를 잘 챙기고, 아프거나 열이 나면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안내사항을 듣고 귀가했다.


  접종하고 나서 이틀간 배가 싸르르 아프고, 살짝 기분 나쁜 두통이 있었다. 뭐 그정도라면 괜찮은거 아니야?

역시 건강한가??? 아니 코로나 백신을 맞고서 별 증상이 없다면 늙었다는 거라던데...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덜 아프고, 수월하게 넘어가면 장땡이지 뭐. 백신을 예약해 둔 친구들에게도 "아무렇지 않아 걱정말고 맞아."

선 경험자로서 잘난 척을 섞어가며 떠들어댔다.


  그리고 3주후 2차 백신 접종날. 1차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집을 나서긴 했으나 1차때 너무 수월하게 넘어갔는지 방심했다. 우선 전날까지 10키로 걷기 운동을 했고(몸을 쉬어주지 못했다.) 신분증을 챙겨가지 못했다.(남편에게 부탁해서 사진으로 전송받아 간신히 통과)

주사를 맞는데도 전과는 다르게 '어? 아프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다른가보다.. 싶었으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떤 변화도 없어 보이길래 괜찮나보다 했다.

전통시장에 들러 아이들 먹을 간식을 사고, 주사 맞은 날 보양식을 먹으라길래, 백숙용 닭과 찹쌀, 약재, 마늘... 등등을 사서 신나게 집에 돌아왔다. 분주하게 1시간 넘게 백숙을 끓여 부드러운 고기를 찢어가며 먹고, 녹두를 넣은 찹쌀밥을 맛나게 한그릇  뚝딱 먹었다. '역시 별거 없네' 하고 집을 치우고 해야할 일들을 조금씩 해내고, 저녁에는 심지어 2시간짜리 ZOOM회의까지 참석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어라??? 이제 시작인가?' 누워도 편치 않고, 앉아도 편치 않고, 서있는건 무리이고, 어떤 자세를 해도 몸이 부대꼈다. 그렇게 괴로워하며 몸을 뒤척이다 살짝 잠이 들었는데 몸이 너무 뜨끈 거린다. 새벽에 열을 재보니 38.9도. 39도가 넘으면 응급실을 가야할지도 모른댔는데... 마음의 준비를 했다. 타이레놀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지구가 뱅뱅 도는 느낌이 들었다. 도저히 스스로 서 있을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벽을 짚고 화장실에 간신히 다녀왔고, 밤새 끙끙거렸고, 온몸이 삭신이 너무 쑤셔서 깊은 잠을 잘수가 없었다. 숨이 가프고 입이 마르고 헥헥대고. 내가 너무 방심했다.


  그런데... 가족들이 너무 무심하다.

"백신 맞으면 다 그렇게 아픈거야."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물 한잔 따라달라 부탁하니 한숨쉬며 좋은 소리가 안나온다. 아프면 나만 손해!!! 가족들 아프면 먹을 것 챙기고, 몸 편하게 해주고, 팔다리 주물러주고, 약 챙겨먹이고 다 해왔는데 정작 내가 아프니 당장 자기들이 불편한 것에 촛점이 맞춰져서인지 좋은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집안에 엄마가 아프면 엄마 걱정보다 자기들 불편한 게 먼저인건가? 

섭섭하다. 아프면 진짜 나만 손해다.

어서 털고 가뿐해져서 내일은 씩씩하게 활동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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