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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Apr 26. 2022

나이에 대한 고찰

나이가 뭐 길래


  “나이 드신 분들이 화려하게 꾸미면 뭔가 어색한데, 지현님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요. 정말 자연스러워요.”

같이 어울리는 한 젊은 친구가 이야기했다. 이런 칭찬을 해주다니 참 고마운 친구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나에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분명 그 친구는 뒷부분에 방점을 두고 칭찬을 해주는 뉘앙스였으나, 나는 앞부분 이야기에 마음이 쓰여서 온종일 머릿속에 ‘나이 든 사람들이 화려하게 꾸미면 뭔가 어색하구나.’ 하는 생각과 ‘나를 나이든 사람으로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휩쓸렸다.      


 거울을 보니 주름도, 기미도, 어라 흰 머리도 눈에 띄게 늘었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외관에 나타나는 나이는 서서히 드러나지 않고, 어느 순간 훅 하고 나타나는 것 같다. 육신과는 달리 아직 마음은 20, 30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내 나이 또래 같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듣고, 스스로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나름 신경을 쓴다.      


  꼰대 같은 마인드를 갖고 싶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사고방식과 삶에 적용해보려고도 노력한다. 함께 일하는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임에 나를 종종 불러준다. 대화를 나누던 중 그들이 내 나이를 궁금해해서 마지못해 말해 주었다. 깜짝 놀라며 그동안 너무 격의없이 대했던 것 아니냐고, 너무 편해서, 사고의 이질감이 없어서 나이가 그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고 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꼰대 느낌이 없어서 어르신 모시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나.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결혼을 안 한 줄 알았다는 둥, 아이가 없는 줄 알았다는 둥 자신들이 갖고 있던 나에 대한 이미지들을 쏟아 내었다. 이전에는 가족을 위해 살 수만 있다면 나의 삶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 뒤 자아찾기에 부단히 노력했는데,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증명받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가 듣기 싫지 않다. 아니 너무 듣기 좋다.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난 꼰대가 아니아.’라던 생각과는 달리 프레임 안에 갇혀있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내가 그동안 너무 편협하고 고리타분한 생각을 해왔구나.’ 하며 자꾸 돌아보게 된다. 이런 느낌이 좋다. 새로운 생각이 샘솟고, 참신함에 자극받고, 정체되지 않게 새로운 물을 부어주는 느낌. 영혼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낀다.     

  그들과의 대화에서는 철저히 청중의 역할을 한다. 그러는 동안 통통 튀는 새롭고 다양한 생각들을 흡수한다.      

  젊은 사람들은 내가 옆에 있을 때조차 나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대화가 도통 통하지 않는 내 또래 사람들을 향해 지겹다며 혀를 차거나, 손을 휘휘 내젓는다.


  자격지심일까? 나이가 많은 것이 죄악시되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일까? 왜 내가 먹은 나이가 부끄러운 것일까? 나이를 부정하고 싶은 이유가 뭘까? 그리고 사회에서는 왜 서로의 나이를 궁금해 하는 것일까? 나이로 선 긋고 그것을 기준으로 자신과 맞는 부류와 맞지 않는 부류를 구분한다는 것에 조금은 센치해졌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은 나이든 사람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 것일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들어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것인가?    

  

   나 역시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꽉 막히고 답답하다는 것과 같다는 정의를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젊어지고자 노력했던 것은 꼰대처럼 나이들고 싶지 않은 무의식의 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태에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이런 생각들이 단순히 나이 들기를 거부하며 젊어지고자 하는 욕망에서 우러난 것일까? 주변의 몇몇 나이 든 사람들처럼 꼰대 같은 모습을 하고 싶지 않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나이 든 사람으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예가 되고 싶은 희망 사항 때문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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