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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Jul 28. 2021

부모라는 것

  부모라는 것. 부모로 산다는 것. 부모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한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우리 둘이 결혼하면 엄청 행복할거야.’ 라는 생각에 결혼을 했고 그러면서 살다보니 어느 날 아이가 태어나게 되었고,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태어난 사람도 없고, 날 때부터 부모의 자질을 갖추고 태어난 사람도 없겠지. 우리는 누구나 처음 부모의 역할을 해보고 있고, 하루하루 다른 서비스(?)로 자녀를 대하고 있다. 이럴 땐 이래야 한다, 저럴 땐 저래야 한다는 정답도 없다. 육아지침서, 자녀양육서가 있다고 해도 아이들은 제각각 천차만별이니 그 책대로 똑같은 결과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


  한 때는 내 자식이 천재가 아니야? 영재가 아니야?? 했다가... 지극히 평범함에 실망도 하고. 이후 그 평범함 조차도 점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좌절도 하게 되었다.


  나의 어릴 적을 돌아본다. 나의 어머니는 직장에서 퇴근하자마자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고 바로 부엌에 들어가셔서 나물 무치고 국 끓이고 저녁을 차리셨다.

 

  그때는 먹지도 않는 나물을 왜 무치는지, 저녁상에는 왜 내가 먹고 싶은 햄이나 소세지는 안올려주는지, 왜 엄마는 구질구질하게 옷도 안 갈아입고 부엌에서 밥하고 설거지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런 것들이 맘에 안들었다. 반항을 하고 싶은데 티나게 큰 반항은 할 수 없으니 방문 닫고 들어가서는 ‘밥 안먹어~~!!’ 말하기 일쑤였다. (반항심에 존대 생략)

 

  그런데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직장에 다녀와서 자식들 늦지 않게 밥 먹이고 싶어 옷도 채 못갈아입고 급하게 부엌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끼니때마다 나물을 무친다는 게 얼마나 손 많이 가고 귀찮은 일인지도, 얼마나 감사한 대접을 받고 살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기껏 차려놓은 밥을 자식이 안먹어... 맛없어... 하면 얼마나 맥이 빠지는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힘들어서 지치셨던 그 시간. 그럼에도 엄마는 부엌에서 엄마의 최선을 다하고 계셨던 것이다. 왜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걸까? 그때 ‘엄마 고마워. 나물 먹을 때마다 엄마의 정성이 느껴져.’라고 한마디라도 했더라면. 아니 아무 말 안했더라도 먹기 싫다고 문걸어 닫고 밥 안먹어!! 이런 소리 하지 않고 차려주신 밥이라도 맛있게 잘 먹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는 한없이 아프고 한없이 덜어 내주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힘든 자리가 부모의 자리인데... 부모라는 것에 대한 고뇌를 왜 이제야 하게 되었을까?  


  고백하건데 최근 나는 내 평생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더 힘든 시기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자녀 양육도 어렵고, 남편과의 관계도 살얼음판 같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감당이 되지 않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내 감정조차도 버겁다.

 

  힘든 이 시기가 원망스럽고 분해서 하나님께도 단단히 화를 내고 있었다. 어디 내가 기도하나 두고봐라~~ 하는 마음으로 예배에 마음을 쏟지도 않고, 기도의 입도 스스로 틀어막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다 망가져 봐라 하는 못된 심보가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을 내 신앙을 망가뜨리는 형태로 복수(?)해버리고 싶었다. ‘나를 힘들게 내버려 둔 하나님 당신 책임이야.’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하루 지옥처럼 지내고 있던 어느 날. 그날도 여전히 기도의 문은 막혀있고 마음은 강퍅해져서 누구라도 한 놈 걸리면 죽일 것 같은 그런 날. 싱크대에 잔뜩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고 욱해서는 짜증스런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제 기도해야지... 기도할 때가 되지 않았니?’ 하는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못들은 척 하고 계속 설거지를 하며 그 음성을 부인하면서 내 고집을 나에게 주입하려는데... 그 전과는 달리 ‘기도해야겠다... 기도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잠도 많고 게으름으로 치면 2등 가라면 서운하다 할 정도의 나인데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새벽잠을 무릅쓰고 새벽예배의 문을 두드렸다. 모세가 기도할 때의 모세의 팔을 버틸 수 있게 붙들어 주었던 아론과 훌처럼, 나는 엄마로서 자녀들을 위해 단단히 버티고 있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너무 부족하고 하루에도 12번씩 마음에 큰 요동이 친다. 화도 나고 울고 싶기도 하고 한숨도 나고 어쩌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께 조금은 뻔뻔스럽고 당돌하게 요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자녀니까 하나님께서 책임지시라고, 알아서 잘 해주시라고 기도한다. 또 한편 얼마나 큰 감동과 반전을 주시려고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시는가... 궁금해(ㅜ.ㅜ)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목사님 선포하셨던 말씀 중에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이룰 수 있다고 하셨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버티자 버티자. 나는 엄마니까...     


  이 지면을 통해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별히 내 손을 붙잡고 함께 울며 기도해주신 K권사님께 이 지면을 빌려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언제일지 모를 그 어느 날 기쁨의 간증을 들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은 멀고 힘들지만 이제 내 눈은 하나님께로 채널 고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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