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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Jul 28. 2021

새롭다는 것

  새롭다는 것. 산뜻하고 전에 본 적 없어 설레이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일이고 가슴 뛰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성향을 가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새로움이란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덩치가 작은 동물들이 적과 맞닥뜨렸을 때 자신의 몸을 가능한 크게 부풀리고 등치가 커 보이는 척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걱정과 두려운 마음을 가진 나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위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한껏 몸을 부풀리고 강한 척, 쎈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새로운 직장에서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존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적응한다는 것은 마치 하루 종일 적색 경보가 울리고 있는 비상 상황과 같아서 피곤함을 채 느낄 새도 없이 하루 24시간 동안 여러 방면에 신경을 분산시키고 지켜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직장에서는 나보고 새로 온 사람 같지 않다고, 몇 년간 같이 근무한 사람 같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그러나 내 속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의 소리이다.


  나의 시간과 체력을 있는 대로 쏟아가며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과부하에 걸려 체력이 고갈되어 자꾸 어딘가가 불편하고, 퇴근하는 길에 운전대를 잡고도 하품을 연발하고, 집에 오면 집안을 거들떠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는 나를 모른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가 정신이 피폐해져서 남의 어려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고, 내 눈 앞의 일에 급급해서 시간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텨내고 있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신병이 갓 입대한 후 국방부시계가 돌아가긴 하는 것인가... 언제 제대할 것인가... 제대할 수 는 있는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한다면, 나 역시 같은 생각이 아닐까 한다. 내가 1년 안에 이 체제 안에 이 사람들 속에 이물감 없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상황을 이겨내보자 마음을 먹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고는 있지만 순간순간 두려움과 답답함, 그리고 어깨를 누르는 부담감을 느끼는 순간 깊은 한숨과 걱정은 나를 휘감는다. 무언가 하나 겨우 마쳐놓으면 또 다른 문제가 떠오르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이어 다른 행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처럼.   

  

  힘든 과정을 겪은 어떤 사람이 하늘나라에 가서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다가 하나님께 물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발자국이 4개가 있어서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해 주시는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이 어려웠을 때는 발자국이 2개만 있더란다. 

  “하나님 왜 제가 힘들 때 저와 함께 해주지 않으셨나요?” 따지고 물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네가 힘들고 지쳤을 때 내가 너를 업고 걸었단다.” 라고 말씀하셨다고...


  지금 나의 길에는 발자국이 2개가 있을까? 나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며 의지하고 잘 업혀 있는가? 내가 꽁꽁 싸매고 있던 구태를 벗어버리라고, 좀 더 성장하게 하려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내가 강하게 거부하고 부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분명 이곳에 나를 보내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한다. 무언가 큰 뜻과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크게 성장통을 겪고 있는 오늘의 나의 모습 안에서 과거의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얼마 후 성장한 나의 모습으로 과거의 나를 든든히 위로해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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