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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Jul 28. 2021

쉼보르스카의 시에 이어서

          

고양이의 말랑말랑한 발바닥과 보드라운 배를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는 것과 차가운 대나무 돗자리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주 살짝 달콤하고 아주 살짝 짭쪼름한 옥수수 알을 터뜨려 먹는 것을 좋아한다. 

비 바람이 세차고 귀를 찢을 듯한 천둥, 번개 치는 날씨를 좋아한다. 

쓰디 쓴 맑은 술보다 까맣고 탁한 커피를 더 좋아한다. 

팔에 오소소 닭살이 이는 싸늘한 가을 날씨를 좋아한다. 

여럿이 왁자지껄 신나게 들썩거리는 것보다 너와 단둘이 눈물 훔치며 울고, 웃다 배꼽 빠지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꽁꽁 얼어있던 눈이 녹아 길가에 조그맣게 얼굴을 내미는 들꽃을 좋아한다. 

가볍고 자유롭고 한가했던 네가 없던 시간보다 괴로움과 울컥 덩어리진 설움이 들어있는 네가 있는 이 시간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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