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이팅입니다 41화
올해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1월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10월 중순이다.
한 해가 끝나간다는 건 늘 비슷한 감정이다.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허무하며,
‘올해 나는 무엇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무언가를 이뤘던 사람은 그 여운으로 내년을 준비하겠지만,
아직 손에 쥔 게 없는 사람은 남은 시간을 세며 조급해질지도 모른다.
나 역시 돌아보면 많은 걸 했지만, 그게 정말 의미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매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습관이 있다.
‘관계 정리’다.
어릴 땐 인맥이 전부인 줄 알았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이 많을수록
마치 내가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숫자가 나의 가치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배운 결과다.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너무 많은 사람과 얇게 연결되면 결국 나 자신이 소모된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나는 매년 말마다 하나씩, 둘씩 관계를 정리해왔다.
그 시작은 우연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있던 단체방에서
실수로 나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다시 초대하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아, 이토록 가벼운 관계였구나.”
나는 그 친구들을 여전히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에게 나는 그냥 ‘옛날 친구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 깨달음 이후, 친구 목록을 천천히 살펴봤다.
몇 년째 대화가 없는 사람, 누군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름들.
그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가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서운함보다 가벼움, 외로움보다 여유가 찾아왔다.
그때부터 나만의 원칙이 생겼다.
‘2년 동안 아무 연락이 없으면 정리한다.’
내가 먼저 연락하기도 하고, 상대가 나를 찾는지도 지켜본다.
그마저도 오랜 시간 반응이 없다면 그건 그 나름의 마무리다.
모든 관계가 평생 갈 필요는 없다. 잠시 스쳤지만 그 시절엔 의미 있었고,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는 것뿐이다.
그건 나쁜 이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퇴장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건 누군가를 끊어내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쓸모없이 쌓아둔 옷처럼, 더는 맞지 않는 관계를 비워야
새로운 인연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비우는 용기 끝에
진짜 내 사람만 남게 된다.
연말이 다가오면, 올해의 목표보다 사람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묻는다.
“올해 나는 어떤 관계를 남겼을까?”
두려워하지 말자.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럴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사람, 내 삶에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
그런 관계를 남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연말 정리 아닐까?
다가오는 2026년엔 조금 더 단단한 나로,
조금 더 맑은 관계 속에서 멋지게 살아가길 바라며
언제나 응원한다.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