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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쓴 묘비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29화

by MonsterART

살다 보면 언젠가는 죽는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 끝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다만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에,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매일 애쓰며 살아간다.


이 글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적 선언도, 인류애적인 위대한 이야기 또한 아니다.


죽음은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주제였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먼저 이별을 맞이할 때에야 비로소 죽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었다. 평소에 나는 죽음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당신이 죽는다면, 묘비에 어떤 글을 남기고 싶은가?”


회원들이 저마다의 문구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내 삶을 잠시 되돌아보았다.
많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30대. 누군가는 가장 빛나는 전성기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인생의 분기점이라 말한다. 앞으로 백세까지 산다고 치면, 이제 겨우 삼분의 일을 지나온 셈이다.


그때 내가 떠올린 묘비명은 단순했다.

“그래도 괜찮은 인생이었다.”


살다 보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기쁘고 행복한 날도 있지만, 억울하고 서러운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때로는 “나는 무엇을 했을까?”라는 물음표만 가득 남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었다.

힘든 일도 행복한 일도 결국 모두 나의 인생이고, 그 모든 것이 쌓여 내가 되었기에,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고, 후회보다는 긍정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지 않고 마주 볼 때, 비로소 행복의 의미를 알게 된다. 지금의 시대와 경제, 삶이 버겁게 느껴지더라도 영원히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 조금만 더 힘내서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채워갔으면 한다.


언제나 응원한다.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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