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팔로워가 생겼다.
고등학교 때 내 꿈은 라디오 PD였다.
음악방송의 라디오 PD가 그렇게 되고 싶었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김희애의.... 김미숙의... 변진섭의... 이문세의....
작은 지방소도시에서는 주요 방송시간에는 지방방송프로그램이 나왔고, 그 때문에 그 유명한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을 수가 없었다.
고 1 때부터 변진섭에 미쳐있던지라, 변진섭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창문가에서 라디오 안테나를 부여잡고 지지직 거리는 소리 속에 모기소리 같은 DJ의 목소리라도 건져가며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라디오를 좋아했다
어느 프로그램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노랫말을 작사해서 보내서 1등에 선정되면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어 주는 코너가 있었다. 매주 노래가사를 써서 편지를 보냈고, 그중 한 번은 10등 안에 선정되어서 호명이 되기도 했다. 1등은 아쉽게도 못해봤다. 그때 1등 한 노랫말 중 하나가 조갑경 홍서범이 부른 내 사랑투유로 기억한다.
그렇게 라디오를 사랑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꿈은 라디오 PD였다. 라디오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편성해보기도 하고, 오프닝과 클로징멘트도 자주 써봤다.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지만, 언론고시가 그렇게 힘든 건 줄 미처 몰랐다. 그 힘듦을 극복할 만큼 내 꿈이 절실하진 않았는지, 빠르게 PD의 길은 포기했다.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고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어쩌다 만든 남편의 아토피이야기가 165만 조회수를 얻었고, 그렇게 몇 개의 콘텐츠가 많은 호응을 얻으면서 팔로워수가 2만 명이 되었다.
10만 20만 100만 팔로워가 천지인 세상이지만, 그래도 2만 명이라니... 엄청나다.
요 몇 달 사실 인스타그램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콘텐츠가 좀 정체되어 있고, 시큰둥하다.
문득 내 꿈이 라디오 PD였다는 추억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2만 명의 나를 응원해 주는 시청자가 있다. 이 분들에게 내가 아주 재밌고 유용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들려주면 되는 거다. 뭘 그리 어려워해...
다시 시작!!!
2만 명의 시청자들을 어떻게 즐겁고 유익하게 해 줄지 기획하고 만들고 편집하고 송출해 보는 거다. 언론고시 없이도 난 내 채널의 PD가 되었다. 인기 있는 나영석 같은 PD가 한번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