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몬테크리스토르 Mar 12. 2019

아, 집에 가고 싶다

- 직장인들의 애타는 바램,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관한 단상

"집에 가자."
"싫어 싫어, 더 놀다 갈거야."
놀이에 열중한 아이가 
집에 안가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는  어느 인친의 글을 얼핏 본 기억이 있다.
집에 가는걸 잊을만큼 열중하고 즐긴다는 건 그만큼 신나고 재미있다는 말이겠지.

그래, 나도 그런 적이 많았다.

즐겁고 재미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을 잊는다.

하긴, 뭐... 다 큰 어른들 중에도 집에 가는 걸 잊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그 시간 끝에는 늘 집이 있다.

모든 즐겁고 신나는 일상의 끝에는 집이 있다.

아침 6시 반의 사무실.

보통은 누구보다 먼저 출근한 사람으로 기록될 수 있는 시간이다.

대개는 그렇다.

나는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BTL 대행사에서 일한다.

주로 대기업 브랜드나 국가, 지자체 등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일하는 데

대부분 주어진 시간 안에 경쟁사보다 더 좋은 기획안을 제안해야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 경쟁 P/T를 통해 일을 따내는 직업이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얼마나 더 쪼개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우리를 연명케 할 일감의 수주 여부를 좌우한다.

제안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책상을 안고 쓰러져 있는 직원들을 보는 일은 흔하다.

오늘도 그렇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책상에 쓰러져 잠든 20대의 대리와, 여전히 모니터를 뚫어져라 작업중인 30대의 차장과, 40대가 가까와오는 팀장이 회의실 구석에 구겨진 채 잠든 모습을 발견해야 하는 아침은 늘 서글프다.

그들은 집에 가고 싶지 않을만큼 재미있어서 지난 밤을 지킨 게 아니다.
그녀들은 책상에 휴대용 가습기를 두고 피부를 지키는 20대의 보통 여성이고,  토막잠과 샤워를 위해 잠시 머물다 올 공간이라도 고급진 분위기와 안락한 침구상태의 체크는 양보할 수 없어 까다롭게 고르는 30대의 보통 여성이고, 카톡 프로필에 귀여운 딸의 사진을 올려놓고 수시로 영상통화로 피로를 잊는 보통의 가장이다.

그들을 포함한 우리는 늘 간절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일한다.
그래서 집은 이들을 따뜻이 맞아 줄 책임이 있다.

만약 당신이 문득 '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 너무 재밌고 신나는 일을 만나서 집에 가는 것보다 더 큰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면 모를까, 행여 다른 이유 때문이라면,  '차라리 집보다 밖이 낫지' 하는 마음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이긴다면?
단연코 그 사람은 피로하고 피폐하다.

'집에 가고 싶다' 는  피로한 우리의 일상을 버텨주는 마지막 넋두리다.

어제 집에 못 가고 수고한 이들이여.

수고 많았다. 

오늘은 집에 가자. 



<오늘도 간절히 집에 가고픈 야근 직장인에게 바치는 몽테크리스토르의 헌시>


열심히 일하며 잘 살고 싶다고 했지

내가 언제 일하는 곳에서 열심히 살고 싶다고 했어.

- @monte-christhor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수고하자오늘도 
#집에가기싫다 #세상에서가장슬픈말 
#방금출근했지만 #그래도집에가고싶다
#야근은레저활동 #밤샘은취미활동 
#우리일이그래 #힘내자 #밤샘 #야근스타그램 
#집 #벽찍고옷만갈아입고오기


#끄적이는하루 


@몬테크리스토르 

매거진의 이전글 비를 잊은 당신은 충분히 메마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