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땅몰타 Feb 19. 2019

2. 책을 핑계로 몰타에 다시 갔다.

몽땅몰타 독립출판 이야기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목차를 설정하자, 보충해야 할 부분들이 눈에 보였다. 책의 전반부인 에세이야 지난 반년 간 몰타에 있었던 일들로 채울 수 있었지만, 우리가 큐레이션 해서 추천할 105군데의 장소에서 유독 괜찮은 레스토랑 정보가 부족했다. 어학연수 시절 돈을 아낀다고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거나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자료 부족으로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몰타 여행의 깊이를 더해줄 역사적인 유적지의 정보도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몰타로 갔다.






2명의 작가가 2주간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자비를 들여 출장을 다녀왔으니 시간과 돈의 비용이 꽤 크게 들었다. 사실 부족한 정보 몇몇은 몰타 현지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몰타 관광청의 도움을 받았으면 온전히 마음에 들진 않을지언정 해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들였으니, 더 열심히 작업해라'라는 일종의 장치를 두고 싶었던 것 같다. 몇 개월간 평일엔 회사 일, 퇴근 후와 주말 여유시간에는 출판 작업에 온전히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던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과 휴식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취재하면서 광합성도 하고 몰타 맥주 CISK도 부지런히 마셨다.




<몽땅몰타>에 대해 이야기할 자리가 생길 때면 어김없이 하는 말이 '사람의 중요성'이다. 독립출판을 하면서 제아무리 우리 둘이 모든 과정을 감내했다곤 하지만, 보이지 않게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게 바로 몰타 재취재에서부터다.


몰타 관광청 아시아 지역 담당자와 우리를 담당해주셨던 가이드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우리는 총 2주간의 취재에서 3일 동안 몰타 관광청으로부터 프라이빗 투어가이드와 차량을 제공받았다. 외국에서 총리급의 중요한 사람이 몰타를 방문하면 이분들이 가이드를 맡을 정도로 수십 년간 몰타 관광에 종사해온 전문가들에게 몰타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이 3일간의 투어도 몰타 측에 "우리 책 만들 거니까 제공해주세요"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뚝딱 나온 게 아니다.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관광청 직원과 미리 미팅을 잡아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문화체육관광부' 사무실에 방문했다. 나는 어학연수차 몰타에 잠시 체류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몰타에 대한 양질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블로그와 책 등으로 콘텐츠를 계속 알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당연히 그쪽에서는 반가워하고 고맙다며 각종 몰타 자료와 기념품을 한가득 안겨 나를 돌려보냄과 동시에, 한국에는 몰타 관광청이 없지만 일본의 몰타 관광청에서 한국 사업을 같이 진행하기 때문에 그 담당자를 꼭 만나보라며 연결해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서울에서, 도쿄에서, 부산에서 그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친분을 쌓았다. 처음에는 돈도 안 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우리를 보고 그분이 "왜 이렇게까지 몰타를 좋아하시냐.."라고 물었었는데, 알고 지낸 시간이 축적될수록 우리를 신뢰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응원해주셨다. 책을 만든다는 소식을 전하고 재취재를 갈 거라고 했더니 일본 몰타 관광청 측에서 미리 몰타 본국에 연락을 취해 우리가 프라이빗 투어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이다.   




취재에 큰 도움을 주었던 친구 경림이와 발레타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찍었다.


몰타 관광청의 공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친구와 지인들의 도움 또한 어마어마한 역할을 했다. 우리의 몰타 방문 취지를 주변에 알리자, 몰타를 잘 아는 친구들이 현지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주었다. 블로그 이웃으로만 알고 지내던, 몰타인과 결혼해서 현지에 살고 있는 언니에게도 취재차 몰타를 찾는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흔쾌히 만나주셨다. 어학연수 시절 선생님으로 만난 영국인, 몰타인 친구들이 일 년 만에 다시 몰타로 돌아온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해주고 몽땅몰타 프로젝트를 응원해주었다. 이런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관광객들에게만 유명한 곳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보석 같은 로컬 플레이스들을 취재할 수 있었고, 몽땅몰타 프로젝트가 더욱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다.  




레스토랑 취재라는 명목 하에 가장 호사를 누렸던 몰타 출장(이라 쓰고 여행이라 읽는다)




몰타에서 가볼만한 곳을 추천하는 SPOT105는 몰타 현지에서 구해온 각종 책과 구글링, 관련 홈페이지와 론리 플래닛, 트립 어드바이저 등의 글로벌한 여행 사이트를 통해 자료의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몰타 현지에서 발로 뛰며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취재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내실 있고 생생한 정보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정보를 담은 여행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먼저 연락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생각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두 팔 벌려 당신의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도움을 줄 수도 있다.




0. 프롤로그
1. 여행기로 책을 낸다고?
2. 책을 핑계로 몰타에 다시 갔다.
3.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냈다고?
4. CMYK는 처음입니다만
5. 내 돈 하나도 안 들이고 출판하기 (a.k.a 크라우드펀딩)
6. 갑출사 (갑자기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
7.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여행기로 책을 낸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