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땅몰타 독립출판 이야기 - 사이드 허슬 (Side hustle)
앞서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자 독립출판 작가다. 게다가 회사가 출판업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만들었냐고 자주 묻는데, 회사 일과 책 만들기를 병행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공개하려 한다.
사이드 허슬(Side Hustle)
사이드 허슬(Side Hustle)이란 본업 이외에 회사 밖에서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별도의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사이드 허슬을 하는 사람을 사이드 허슬러(Side Hustler)라고 부르며, 우리에게 친숙한 N잡러도 같은 표현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표현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재능이 많은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작가'보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사이드 허슬러'라고 표현한다. 글쓰기로 먹고사는 전업 작가나 글쓰기를 공부했던 전문 작가도 아닐뿐더러, '몰타'라는 곳이 좋아서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그 방법이 책이 된 것이다. 또 매월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회사원이 본업이기에, 스스로를 사이드 허슬러라고 표현한다. 참고로 부산 사투리로는 하고 싶은 게 많은 '하고재비'도 된다.
몰타 책을 만들 거라고 1년 동안 주변에 이야기를 하고 다녔더니, 그래서 책이 대체 언제 나오냐는 물음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하고 보니 책을 사서 읽을 줄만 알았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다. 마침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진행하는 <지역 출판 워크숍>이 있어 약 3개월간 토요일마다 오후 시간을 할애해서 출판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지역 출판 워크숍>에서는 기본적인 책의 판형과 다양한 종이의 종류, 인쇄 과정뿐만 아니라 ISBN을 발급받는 법, 출판 이후의 유통과정까지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몽땅몰타>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에 원고 작성과 편집 디자인에 바로 돌입해야 했다. 어도비 포토샵, 라이트룸, 일러스트를 다룰 줄 알았던 우리는 편집디자인 툴인 '인디자인'을 출퇴근길 유튜브로 공부하면서 저녁에는 곧바로 활용하는 식으로 편집 디자인을 해나갔다. 우스갯소리로 '운전면허 따자마자 고속도로 한가운데 떨어진 느낌'이라고 했지만, 평소에 어도비 프로그램을 많이 다뤘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럼 출판과정을 배우고, 책 만들기에 필요한 툴을 익혔다 치자. 회사 생활하면서 책 만드는 시간은 어떻게 확보했냐?라고 묻는다면 답정너 같지만 여가시간을 포기해야 한다고 답하겠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우리 조금씩 쓰자~ 라고 했더니 일 년 동안 손도 안대 지더라. 그래서 '일주일에 에세이 1편씩 써서 에버노트에 공유하기'라는 룰을 정해놓고 몇 달에 걸쳐 완성했으며, Spot105에 들어갈 내용은 매주 주말마다 만나서 카페에서 글을 썼다. 가끔 너무 피곤하거나 집중이 안될 땐 글쓰기를 멈추고 같이 대형서점에 가서 출판 트렌드를 살펴보거나 다양한 여행서적을 찾아보기도 하고, 동네 책방을 찾아다니며 사장님들에게 독립출판시장의 근황을 듣기도 했다.
동네 작은 책방 사장님들과 친해지면 책방 운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안 사는지 금방 알게 된다. 그래서 편집디자인에 관련된 책, 표지가 예쁜 책, 레이아웃이 예쁜 책, 본인의 장르와 비슷한 책 등 참고용 서적은 항상 동네 책방에서 사려고 했다. 완성도 높은 좋은 책을 위해서는 최대한 참고용 책을 많이 사기를, 그리고 여러 서점에서 사면서 미리 책방 사장님들과 친분을 쌓아놓기를 추천한다. 나중에 책방에 입고 문의하기도 편하고 북토크나 일일클래스 등의 이벤트를 함께 만들 수도 있다.
만약 본인의 사이드 허슬을 '독립 출판'으로 정했다면, 매주 월수금 퇴근 후 2시간이라던지 주말 중 5시간 같은 구체적인 사이드 허슬을 위한 시간을 꼭 마련해야 한다. 누가 강제하거나 지켜보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 나면 해야지'라고 쉽게 생각했다간 제대로 시작하기도 어렵다. 우리처럼 주변에 책을 낼 거라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도 본인에게 책임감과 부담감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특단의 조치는 책을 발송해야 하는 날짜를 정해야 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있다. 누군가 책은 마감일이 쓴다고 했던가. 실제로 우리도 크라우드 펀딩을 올리고 나서 후원자들과 약속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 수없이 밤을 새우면서 더욱 작업에 몰두했었다. <몽땅몰타>는 크라우드 펀딩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 프롤로그
1. 여행기로 책을 낸다고?
2. 책을 핑계로 몰타에 다시 갔다.
3.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냈다고?
4. CMYK는 처음입니다만
5. 내 돈 하나도 안 들이고 출판하기 (a.k.a 크라우드펀딩)
6. 갑출사 (갑자기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
7.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