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고메리 Aug 14. 2023

장롱면허에서 탈출하게 된 계기

좀 더 일찍 용기를 가졌더라면.....


자동차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내가 직접 운전한다는 것은.... 멋진 일인 것 같아!


30대의 끝자락 즈음인  2015년에 비로소 장롱면허에서 탈출하였다. 탈출이라는 의미는 지속적으로 운전을 하게 되어 스스로를 운전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사실 나는 면허를 늦게 따지는 않았다.

바야흐로 2000년경. 대학 졸업반 즈음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친구와 운전학원에 등록했다.

나도 운전면허를 따고 싶었고, 이야기하다 보니 그 친구도 학원 다닐 거라고 해서 우연히 같이 다닌 것이다.

학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광역시의 인근 도시였다.

운전을 바로 할 생각은 바로 없었다.

아빠 역시

" 우리 딸은 운동신경이 없으니 운전은 하지 말아라~"라고 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신 아빠 역시 운전을 못했다. 직장이 늘 가까웠고, 주말에는 엄마가 운전을 잘하셔서 같이 다녔기 때문에 불편함은 크게 없으셨던 것 같다.

그냥 뭔가 자격증을 하나 따고 싶은 마음이었다. 소박하나마 성취감도 있을 것 같고,

언젠가 쓸려나 하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운전학원을 다니면서 긴장하면서 다녔지만, 크게 어렵지 않게 운전면허를 취득하였다.라고 쓰고 싶으나 실상은 운전 강사님에게 혼이 났었다.

이론시험의 경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기계에 대하여 몰랐기 때문에 보기 드물게 열심히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실기시험의 경우 누군가가 1종 보통이 높아서 더 쉽다고 알려주어서 그것으로 응시했다. 그때 수강료가 대략 30만 원인가 그랬는데, 시험에 떨어지면 계속 금액을 더 추가해서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실기연습을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학원에 가서 열심히 연습을 했다.

실제 시험날에는 운전강사님과 응시자 3인이 한 조를 이루어서 트럭을 탔다. 1코스, 2코스, 3코스로 나누어서 도로를 운전했고, 나머지 응시자는 뒷좌석에 앉았다.

나의 차례가 되어서 배운 대로 초집중하여 운전을 하였다. 과정이 끝나자 옆에 앉은 강사님이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셨다.


"브레이크 조작이 이렇게 미숙해서야, 운전을 하시겠어요?"

당시에 차가 수동이어서 어려운 면도 있었다.

"뒷 좌석에 앉은 분들 얼굴 좀 보세요. 덜덜덜 거려서 멀미 나겠어요!"

"운전하시기 전에 꼭 연습 많이 하시고 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어요?"

................" 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간신히 대답을 하였다)

이렇듯 어렵게 통과하여 얻은 면허증으로 나는 바로 운전할 용기를 전혀 내지를 못했다.

당시에 대학 절친은 면허 취득 후 바로 중고로 경차를 구해서 운전하고 다녔는데, 그 기동성이 부러웠으나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운전이란 현실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서 오랫동안 장롱면허, 단 한 번도 운전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의 첫 번째 운전 도전은 2010년경, 면허 취득 후 10년이 지난 후였다.

큰아이가 어릴 때 3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는데, 그때 직장이 은근히 멀었다.

자가운전으로는 15분 거리인데, 대중교통 버스로는 한번 갈아타야 해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터인데, 버스시간에 맞춰서 나가려고 하면 그때는 원이 문도 열지 않는 시간이라서 운전을 못하면 직장을 아예 다닐 수가 없는 처지였다.

또한 어린아이를 맡기고 가는 상황에서... 길에다 긴 시간을 버릴 수는 없어서 정말 절박하게 연수를 받고

오로지 출퇴근길만 연습하여, 같은 경로에 한해서만, 1년 정도 운전했다.

갈 자체를 외웠다. 어디서 차선을 바꾸고 이 정도에서는 속도를 어느 정도로 하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길치에 기계치에 정말 흔하지 않은 운전자였다. 어렵게 배운 것이지만,

이듬해에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되어 운전은 마음 편하게.... STOP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2014년 남편이 5월에 새 차를 받고 기존에 타던 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시기

낡은 차를 절대 폐차시키지 말아 달라고, 내가 쓰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무서워서 엄두가 안나는 세월이 흐르고, 차를 세워두는 상태로... 몇 개월이 지나서 2015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그 당시 되는 일도 없고, 도전하던 시험도 실패였던 쓰디쓴 인생의 시기

새해를 맞아 무엇이라도 이루고자 하는 소망, 뭐라도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용기를 내어

운전을 시작하였다. 새해가 되면 왠지 발전하고 싶고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고 싶어서... 장한 결심을 한 나 자신이 참 기특하게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운전, 주변에 마트, 소아과, 병원 정도만 다닐 수 있는 실력으로 천천히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운전에서의 걸림돌은 길치라는 것인데, 당시 한줄기 빛처럼 T map이라는 휴대폰 앱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나를 운전의 길잡이가 되었다. 너무나도 감사한 과학기술이다.

2016년에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후로  8년 차동안 나는 오롯이 운전을 할 수 있는 운전자로 성숙하게 되었다.



운전을 하게 되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내 인생의 장면은.....

시험준비를 위하여 공부하던 지방 대학교 캠퍼스의

 버스 2~3 정류장 거리정도 되는 짧은 거리의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타는 버스는 25분 정도에 한대가 오고, 나는 정류장에 서있다.

내가 서있는데도 야속하게 그냥 지나쳐버리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30대의 나의 모습이다.

큰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는데

운전을 못해서 25분에 한대 오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고 있던 나의 모습

운전만 할 수 있으면 5분이면 얼른 가는데

왜 그러고 서있니?


또한 30대 초반의 직장을 다닐 때

그때도 출퇴근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 지역이어서

한대를 놓치면, 택시를 타거나 지각이 되는 상황

큰아이 유치원 보내고 출근하는 터라

종종 지각을 할 만큼 촉박한 출근시간에

종종거리면서 버스를 타고 다녔던 그 시기.


한 번은 지각을 심하게 하여 직장 선배에게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출근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은 정말 나의 큰 잘못이었다.

직장인의 기본인 근무시간.

출퇴근거리가 버스가 자주 없어서 애매한 거리라는 것도 나의 핑계일 뿐이었고

나는 운전을 연습하던지

아니면 20분 정도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 유치원 오픈런을 하면서 맡기고 출근을 출발하는 것이어서

더 일찍 나갈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만약에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는 20대에 미리 운전연습을 해두고

아이들이 어렸던 30대의 시절에 운전을 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막상 아기가 있으면, 운전연습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굉장히 어렵고

초보운전인 상태로 아기를 태운다는 것이 심정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는 돌아갈 수 없는 법!

나는 앞으로 나의 40대 50대 60대 등등의 시간 속에서

안전운전을 하면서

기동성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늦게라도 장롱면허에서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저는 주로 지방소도시와 시골에 살았습니다. 수도권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운전의 필요성이 더 적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유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