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노트북 들고 다니기 불편하지 않아?
탭을 써보는 게 어때?”
주말 저녁 남편이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물었다.
“그런가?”
갑자기 노트북으로 글을 계속 쓸지, 탭을 한번 사용해 볼지 잠시 고민을 해본다.
남편은 공대를 나온 실용주의 사람이고, 나는 뼛속 깊이 문과를 나온 감성적인 사람이다.
내가 노트북을 처음 사용해 본 것은 2001년이었다. 계속 광주에 살다가 먼 거리에 있는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기숙사에 살게 되었고 짐은 최소화하여 떠났다. 처음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간 것은 아니었다. 간소한 삶을 살아야 했다.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고, 학생이며 2년 만에 얼른 공부를 석사를 마치는 목표가 있었고, 복잡한 짐은 사치였다.
대학원 생활을 해보니 개인 컴퓨터가 거의 필수였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자료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USB라는 것이 있지는 않고 플로피디스크에 자료를 저장했다. 당시 내 백팩 앞주머니엔 항상 플로피디스크가 있었다. 또한 개인 이메일로 보내서 저장하는 방법도 있기는 했다. 첫 학기에는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들을 빌려 쓰기도 하고, 학교 컴퓨터실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본가에 연락을 드려 내 방에 있던 낡은 컴퓨터를 택배로 받았다. 부모님이 알콩달콩 스티로폼이며 여러 충전재로 조심스럽게 보내주셨다. 내 컴퓨터는 그냥 워드작성정도에 적합한 (인터넷은 속도가 느려서 사용이 어려운) 컴퓨터였고 뒤통수가 볼록하고 큰 CRT모니터였다. 워드작업만 사용해도 감지덕지였다. 매우 유용하게 잘 사용을 했다.
그러다가 논문학기를 앞둔 여름방학 때 잠시 서울 이모댁을 방문하였다.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트북이야기가 나왔고, 이모부가 사용하지 않고 있는 중고노트북이 있어서 빌려주신다고 하셨다. 노트북이 있으면 기숙사에서나 연구실에서나 논문작업이 편리하고 본가에 갈 때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빌려온 노트북은 논문을 작성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나의 첫 노트북에 관한 추억이다.
그 후로 전자기기에 별 관심이 없는 탓에 일반 PC이던, 노트북이던 별 상관이 없이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갔다. 남편은 회사와 집을 노가며 노트북을 들고 다녔고 가끔 빌려 쓰기도 하고 성능이나 이런 것은 전혀 상관이 없고 화이트면 예쁘구나! 이런 정도의 생각만 하고 그냥 스쳐가는 시간들...
그러다가 몇 해 전부터 노트북이 다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나는 노트북이 필요해”
“글을 써야겠어”
“나는 언젠가는 작가가 될 거야”
“카페에 앉아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나는 노트북이 필요해”
라는 말을 집에서 종종 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그냥 하는 소리인가? 여기던 남편도 언젠가부턴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실상은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나는 꽤 오래전, 대략 10년 전부터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것에 관한 로망을 갖고 있었다.
그것의 시작은 아마도 조앤롤링의 이야기를 읽게 되고서부터였다. 혼자서 아이를 육아하면서 글을 쓰고 싶었던 그녀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책하다가 아이가 잠이 들면, 카페에서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두 아이 육아를 하면서 삶의 목표를 향해 언제 달려갈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언젠가는 글을 쓸 거야.라는 생각을 생각을 가진 나에게, 작가라는 것은, 글의 원고라는 것은
워드에 막연하게 200page~300page 등을 계속 쌓아가는 논문과 같은 대장정이라고 여겨졌고
그것은 굉장한 결심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 가지고만 있고, 실행하기는 어려운 그런 이상향....
그러다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소박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 계기는 글을 쓰는 선생님들을 알게 된 후부터였다. 괜찮아 샘, 밀알샘, 김성효선생님!
나는 오늘 고민을 해본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면, 블로그, 브런치, 픽사베이 등 내가 쓰는 환경 프로그램들을 편히 쓸 수 있고, 원활하다. 다만 노트북 충전을 해야 하고, 약간 무겁고, 마우스를 챙겨야 한다. 마우스패드도 같이.
탭을 쓰면, 매우 가볍고, 잘 들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방법들을 익혀야 한다. 나는 기계치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편이다. 브런치 화면, 블로그 화면등을 열어놓고 사용하는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고
탭에서 글 쓰는 방법이 많이 낯설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터치감이 감성적이지 못하다.
나는 아직은 탭은 어색하다. 당분간은 노트북으로 글을 써야겠다.
다른 작가님들은 카페나 다른 공간에서 글을 쓰실 때 노트북으로 쓰실지... 탭으로 쓰실지 궁금하다. 아마도 다양하겠지?
아마도 상상컨대, 펜으로 종이에 쓰는 감성을 가진 분도 있을 것 같다.
타자기로 치는 감성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각자의 감성대로. 느낌대로 선택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