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
길고양이를 생각한다고 무심코 한 행동이 때로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길에서 아기 고양이를 함부로 데려와 어미 고양이와 생이별을 겪게 하거나, 길고양이 밥을 잘못 줘 길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 등이다. 책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을 바탕으로 당신이 길고양이를 만난다면 주의해야 할 것 몇 가지를 정리했다.
▮함부로 냥줍하지 마세요
길고양이를 구조하기 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종 SNS나 고양이 커뮤니티를 통해 ‘아깽이(새끼 고양이)’ 임보처 혹은 입양처를 구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길고양이 출산 시기인 봄철엔 특히 이런 글이 많아 ‘아깽이 대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아깽이 중엔 잘못된 ‘냥줍(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데려가는 것. ‘냥이를 줍는다’라는 말의 약자)’으로 어미와 생이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먹이활동이나 이소(이사) 등으로 어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남은 새끼 고양이를 그대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 것. 고양이 입장에선 유괴와 같다. 때문에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을 땐 곧바로 구조하는 것보다 최소 8시간~하루 정도 지켜본 후 데려오는 것이 좋다(이는 대부분의 새끼 야생동물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새끼 고양이를 함부로 만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낯선 냄새가 나면 새끼를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 다만 새끼 고양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오랜 시간 어미 고양이와 떨어져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바로 구조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다 큰 고양이라도 함부로 데려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원래 살던 집(길)에서 갑자기 낯선 곳으로 납치된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
▮시동 켜기 전 ‘똑똑’ 모닝노크 부탁해요
고양이는 추위를 많이 타는 동물 중 하나다. 겨울철 자동차 엔진룸은 고양이에게 좋은 은신처가 된다. 이때 시동을 켜게 되면 고양이와 자동차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시작된 캠페인이 바로 ‘모닝노크’. 자동차 보닛을 ‘똑똑’하고 두드리면 엔진룸이나 바퀴 아래 숨어있던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내보낼 수 있다. 겨울철이 아니라도 고양이가 숨어있을 수 있으니 언제나 주의가 필요하다. 차 문을 세게 닫거나 바퀴를 몇 번 발로 차는 것도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깨울 수 있는 방법.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싶다면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이 많은 큰 길 대신 길고양이가 조용히 숨을 수 있는 곳에 밥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밥을 주는 만큼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면 벌레나 비둘기 등이 모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양(보통 마리당 종이컵 1컵 분량)을 준다. 사람이 먹는 음식보다 저렴하더라도 고양이 전용 사료가 훨씬 좋다. 또, 깨끗한 물을 함께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달걀이나 포도, 오징어, 문어, 새우, 건어물, 초콜릿, 파, 마늘, 양파, 알코올 등은 고양이에게 해로운 음식이므로 피해야 한다.
월간 옥이네 VOL.32
2020년 2월호
글 박누리
'길고양이'를 특집 기사로 다룬 월간 옥이네 32호, 평생 소장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