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단이라고 불러줘’
‘나단이라고 불러줘’
카트린 카스트로&캉탕 쥐시옹 지음 | 이나래 옮김 | 상어 출판 | 2만 원
*소금쟁이책방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하리수 씨를 모델로 기용하고,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문구로 화제를 모았던 광고가 있다. 1999년 도도화장품의 TV 광고였는데, 당시를 기억하는 독자가 적지 않을 듯하다. 그때만 해도 ‘트랜스젠더’는 낯선 존재였다.
트랜스젠더가 대중매체 광고의 주 모델로 등장하며 주목을 끈 지 20년,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이 지났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아니, 세상이 변한만큼 편견과 혐오는 더 견고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다. FTM(Female-to-male,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경우)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나단이라고 불러줘’는 주인공 ‘나단’이 여러 장벽을 넘어 주체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소 거칠고 독특한 펜선의 그림은 나단의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도, 또 그리 가볍지도 않게 적절한 균형을 맞추며 그려낸다.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여성으로 태어나 ‘릴라’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나단은 사춘기를 지나며 자신이 누군지 몰라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자신을 싫어하게 되고, 그렇지만 결국엔 진짜 자신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릴라’라는 이름 대신 ‘나단’으로 불러달라는 그의 말은 스스로의 삶을 찾고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이 된다. 그리고 나단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
남성으로 또는 여성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닌 ‘나단’이라는 스스로의 삶. 그래서 책의 마지막 ‘별들도 성별이 있을까’라는 나단의 독백은, 책을 덮는 순간 ‘성별이분법’에 사로잡힌 현재의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다.
이 책은 올해 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출간을 위한 모금을 진행했고, 3월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을 출간한 상어출판사 이나래 씨와의 짧은 인터뷰가 계속 이어진다.
월간 옥이네 2020년 4월호(VOL.34)
글 박누리
사진제공 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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