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 항상 있는 것. 우리는 보통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매일 숨을 쉬어 살면서도 공기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이와 비슷하게, 우리 것이기 때문에 그 존재를 망각하고 사는 것들이 있다.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깃든 향토기록들도 그 중 하나다. 모순적이게도, 우리 것이라서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다.
우리는 그 존재도 잊고 사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민요와 가락을 채록하고, 낡고 오래된 고문서를 간직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을 기록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역 민요 채록한 노한나 씨
“기록의 재생산이 지역의 가치 찾을 것”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민요를 들을 일은 거의 없다. <국악 한마당> 같은 TV프로그램이나 민요 관련 행사를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나마 학교를 다니는 시기엔 음악 수업 때 우리 민요를 조금 접할 뿐이다.
아마 대부분은 모를 것이다. 민요는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이 다가 아니라는 걸. 우리 동네만의 노래와 가사가 있다는 것을.
옥천교육지원청 행복교육지원센터 노한나 장학사가 지역 민요를 수집한 건 평교사로 재직 중이던 1990년대 후반부터. 학생들에게 들려줄 지역 민요를 찾을 겸 아무도 관심 없는 지역 민속자료를 수집도 해볼 겸 시작했던 게 2003년 <옥천의 소리를 찾아서>, 2005년 <영동의 민요>. 2007년 <보은의 민요> 등 책과 음원 제작으로 이어졌다. 각 지역별로 200개가 넘는 자연마을을 누비며 모은 곡은 300개가 넘는다. 이 중 보은 민요의 경우 장장 8년의 시간이 걸려 책으로 나왔다고 하니, 숨은 노력이 심상치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8년이긴 한데, 1년 365일 그 일에만 매달렸던 건 아니니까요(웃음). 당시만 해도 마을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께 민요 채록을 부탁드리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민요가 다른 민속자료에 비해서 수집하는 게 수월했고, 글을 쓰거나 영상 작업이 아니었던 것도 쉽게 도전할 수 있었던 부분이에요. 당시 옥천신문 고 조주현 국장님이 책으로 낼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시기도 하셨고요.”
겸손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그이지만, 어쨌든 남다른 기록 활동이었음은 분명하다. 노 장학사는 당시의 관심이 그저 어떤 당위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 운동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던 ‘우리 전통의 의미를 배우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체화한 상태였고, 마침 학교 교육 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있으니 민요 조사와 기록 작업에 나섰을 뿐이라고.
“교과서에 보면 ‘아이 어르는 소리를 들어보자’ 뭐 이런 내용이 나온단 말이죠.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시는 표준화되고 서양화된 것들이에요. 지역사회의 소리를 배우기가 실제로는 너무 어려운 거예요. 어쩌면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소리를 기록하고 교육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
청마리 가락 채록한 최복현 씨
“지역에 대한 애정, 다양한 기록에서부터”
다양한 문화재 발굴한 향토사학자 정수병 씨
“우리역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흘러가도록”
동이면지 발행한 황진상 씨
“이해타산 따지면 못할 일, 그래서 중요한 일”
<노한나 씨를 비롯해 최복현, 정수병, 황진상 씨 등 지역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더 많은 이야기는 월간옥이네 38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 사진 박누리
월간옥이네 2020년 8월호(VO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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