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록원, 경기도 메모리, 경상남도 기록원…….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록’에 주목하고 있다. 기록원 혹은 그와 비슷한 형태의 기록 관리 체계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 자료를 발굴하고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울산과 제주, 전북, 대구 등 다른 광역지자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 증평군의 시도가 눈길을 끈다. 1개읍 1개면·인구 3만 7천명 규모의, 전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작은 기초자치단체인 증평이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을 합친 공간) 형태의 ‘증평군 기록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록관을 중심으로 주민 주도 기록 사업 계획까지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증평은 왜, 어떻게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게 됐을까.
증평이 마을에 주목한 이유
이른 바 ‘증평 아카이빙 프로젝트’. 증평이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총 20억원의 예산으로 진행하는 지역 기록 사업이다. 증평군청 별관에 자리 잡은 증평군 기록관(8월말 개관 예정)을 비롯해 증평 경관 아카이빙을 위한 가상현실(VR) 제작, 마을영화 제작 등을 필두로 사업이 진행된다.
주민을 지역 기록의 주체로 만들기 위한 증평 기록가 양성 프로그램도 10월부터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주민은 ‘증평 기록단’에 소속돼 증평군의 주요 장소와 사건, 주제와 관련한 기록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수집하는 작업에 참여할 예정.
이는 증평군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다움 복원사업에 선정돼 추진하는 것이지만, 사실 증평군의 기록 활동은 이보다 조금 더 앞서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은 지역의 중요한 사회단위이고 사람들은 마을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집단기억과 공유된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것을 기록하고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경험은 공동체 복원과 지역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1)
이런 이유로 증평은 일찍이 ‘마을’에 주목했다. 2017년 1개 마을을 대상으로 옛 이야기와 사진 등을 수집해 책으로 펴내는 마을기록 만들기 사업이 그 시작이었다. 별도 예산을 세울 수 없어 다른 부서 사업 예산 중 불용액 1천만원을 끌어와 진행했던 것이지만, 당시의 경험은 지역 주민들이 ‘기록의 중요성’을 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을기록 만들기 사업을 경험한 사람들은 나와 우리 마을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같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한 마을공동체의 소중함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대체 뭘 하려는지 모르겠어’라며 손사래 치던 사람이 ‘지금 것들을 잘 기록으로 남기면 나중엔 아주 중요한 것이 된다’고 바꿔 말하는 기록전도사가 되는 마법도 목격할 수 있었다.”2)
1) 한국기록관리학회지(2019.2)에 실린 증평군 신유림 기록연구사의 ‘증평군 기록관은 증평을 닮았다’ 중.
2) 앞의 글.
같은 해, 지역 경관 기록 사업도 이미 시작한 바 있다. 증평의 풍경을 거리와 하늘에서 촬영해 사진으로 남기는 것인데, 이런 기록은 5년만 축적돼도 지역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게 증평군의 설명. 여기에 통상적으로 기초지자체가 1명의 기록연구사를 두는 것과 달리 증평군은 2명을 채용해 행정 기록 관리와 민간 기록 관리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그러니까, 증평군의 아카이빙 사업은 어느날 갑자기(바꿔 말하면 ‘국비 확보를 위해 갑작스레’) 뚝하고 떨어진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
<월간옥이네 38호에서 기사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글 박누리 사진 증평군 제공
월간옥이네 2020년 8월호(VO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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