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마을 기록 10
2017년 월간 옥이네 창간호부터 연재되다 중단된 ‘수몰마을 기록’을 다시 시작합니다. 수몰 이후 40년, 대청호 아래 잠들었던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일에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기다립니다. 더불어 옥천의 수몰마을 이야기를 알고 계시는 분은 언제든 월간 옥이네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곳’이라는 뜻을 가진 안터(安攄)마을. 옥천읍 수북리에서 대청호를 가로지르는 다리, 안터교를 지나면 갈 수 있는 이곳은 옥천읍 중심지에서도 멀지 않은데다 반딧불이, 빙어잡이 축제로도 유명해 옥천 안팎의 사람에게 친숙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을 앞 대청호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데다, 요즘처럼 비가 잦은 때면 물안개까지 더해져 왠지모를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잔잔하고 평온한 대청호와 마을 뒤로 펼쳐진 산이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마을. 하지만 그 속엔 대청댐 건설로 인한 수몰의 아픔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없어지고 쪼개진 땅
안터마을의 행정구역명은 동이면 석탄1리다. 현재의 석탄리라는 명칭은 1914년 읍·면이 통폐합되며 지정됐다. 군동면에 속했던 지석리와 직탄리에서 한 글자씩을 따 석탄리가 됐고, 군동면은 동이면이 된 것. 댐 건설 전 석탄리는 약 150 가구가 사는 큰 마을이었지만, 수몰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많은 사람이 떠났고, 구역마저 1리와 2리로 나뉘어 각각 작은 마을이 됐다. 현재 석탄1리는 93가구 220명, 석탄2리는 46가구 82명의 주민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저 밑에 강가까지 다 땅이었어. 한 100구 넘게 살았어.”
“여기가 1구고 저기는 2구라 그래.”
안터마을 금석필(81) 씨와 남편 유만봉(83) 씨는 수몰된 땅에 살던 동네 사람들이 집 지을 데가 없어 다른 동네로 다 흩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리가 거의 꼭대기 집이었어. 요 앞 삽짝거리(문 앞)까지 침수지역이라고 대청댐에서 산 거지. 그래서 동네가 이 밑으로 다 없어졌잖아.”
다행히 부부의 집은 수몰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몰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집은 철거돼 당시 농토였던 부부의 집 위쪽으로 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고.
“그래서 저 위로 집을 짓고 그랬어. (그 때문에) 농사 땅이 다 없어졌잖아.”
1979년 발간된 옥천군 군정보고서에는 석탄리 특산물을 ‘딸기’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특산물은 ‘산딸기’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벼와 보리농사를 짓는 농민이 많았고, 현재는 벼와 더불어 참깨, 들깨 농가가 많다고 한다.
여전히 선명한 그때 그 마을
수몰 전 석탄리는 안터, 덩기미, 피실, 산얼기 등 4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이 중 안터는 석탄1리, 들녘뿐이던 산얼기는 수몰 이주민들로 마을이 만들어져 석탄2리가 됐는데, 석탄1리와 2리를 연결하는 도로 포장공사는 1994년에야 시행됐다. 대청댐 건설 이후 14년이 지난 다음이다.
덩기미와 피실은 수몰돼 사람이 살지 않게 됐다. 당시 덩기미와 피실은 약 50가구 이상이 살던, 작지 않은 마을이었다. 현재 덩기미 마을 흔적은 찾을 수 없고, 피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피실은 안터마을에서 산길로 난 대청호오백리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도달할 수 있지만 그 끝엔 캠핑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마을 풍경은 어땠을까. 조규남(80) 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큰 동구 나무 세 그루였다. 이 커다란 느티나무들은 마을사람들의 사랑방이자 휴식처였다고. 나무 얘기가 나오니 옆에서 “거기 나무에서 노래자랑 같은 거도 하고 그랬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 때 그 동구나무는 대청호 아래로 사라졌지만, 안터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마을 입구 나무 아래에 모인다.
“저 밑에는 아랫말, 여기는 웃말이라고. 지금 도로명주소처럼 골목마다 별칭이 있었던 거예요.”
수몰 전 냇가 주변 집에 살던 한혁일 씨는 50대가 된 지금까지도 ‘또랑가집(도랑가 집) 손자’라고 불린다. ……
<월간옥이네 38호에서 기사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글 사진 소혜미
월간옥이네 2020년 8월호(VO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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