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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화X역사

‘기술’을 뒤집는 여성의 ‘힘’있는 이야기

지역 여성 기술자 토크 콘서트 열리다

by 월간옥이네

삶에 있어 ‘기술’이란 무엇일까. 무거운 것을 옮긴다거나 사나운 기계를 다뤄야 한다거나 오랜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등을 이유로 기술은 오래도록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지난 9월 18일,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열린 ‘여성 기술자 토크콘서트’는 “기술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자리였다. 특히, 토크콘서트를 이끌어간 세 명의 기술자가 기존의 ‘기술’이란 터전 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우리 지역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사회를 맡은 여기공 협동조합(이하 여기공)의 이현숙 대표는 “기술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고, 어쩌면 여성은 꼭 필요한 일에 있어 배제되어 온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 지역에서 ‘넓은 의미의 기술’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 명의 여성 기술자를 소개했다. 진진빵집을 운영하는 여진 대표, 목공 공방 나무사다리를 운영하는 이샘 대표 그리고 토종 씨앗으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먹거리를 만드는 귀농 25년 차 농부 조명숙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자신이 정의하는 기술이란 무엇인지, 여성 기술자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등 기술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고민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2020 서울시 청년 지역교류 지원사업 ‘연결의 가능성’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 둥지를 짓다. 짓고 잇고(이하 짓고잇고)’의 출발점으로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과 여기공이 함께 마련했다. 본격적인 생활기술워크숍(직조)은 9월 25일부터 11월 27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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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노동은 왜 여성의 몫일까?

“농사에서는 대부분 자잘한 일을 여성이 하고 있어요. 하찮은 일을 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농사를 짓다보면 ‘하찮은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알게 돼요. 여자들은 알게 모르게 다가오는 일을 잘 챙기는 것 같아요. 섬세한 것들이요.”


토종 씨앗 농사를 짓는 조명숙 씨는 오염되지 않은 좋은 먹거리를 먹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25년 전 옥천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조명숙 씨는 직접 재배한 콩을 이용해 청국장을 띄우고, 메주를 쑤고 된장을 만드는 등 발효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었을지 모를 먹거리를 먹는 것보다 내 손으로 재배해 가족과 함께 먹는 일상에서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지역으로 이주해 오랜 시간 농사를 지으며, 여성 농민만이 겪는 어려움도 있었을 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집안일을 휴일에 몰아서 처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농사에는 정해진 휴일이 없어요. 작물은 오늘 이만큼 자라면, 내일 또 이만큼 자라고 그런 예측이 어렵거든요. 쉬고 싶어도 쉴 틈이 없어요. 자연의 흐름을 따라야 하니까요. 농사와 살림을 병행해야 하니 휴일이 없는 365일을 보내야 한다는 점이 때론 힘이 들죠.”


여기공 이현숙 대표 역시 경상북도 의성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명숙 씨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귀가 이후에도 아버지의 간식과 가족의 끼니를 챙기고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까지 해내는 어머니의 고된 일상을 떠올리며 “똑같이 일하고 들어온 이후에도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이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나무사다리 이샘 대표는 목수가 되기 전 많은 일을 경험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공무원 생활을 했고, 건설회사에 취업해 일하기도 했다. 건설회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의 길목이 좁았지만, 취업해 일을 해보니 “여자라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지루한 일을 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대학에서 가구디자인과 인테리어를 복수전공으로 공부했어요. 막연히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었어요.”


그가 공방 개업을 결심한 때는 여성 홀로 목공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전국에 고작 두어 명뿐이었다. 남자 혼자 목공 공방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재를 옮겨줄 남자 직원이 없냐’고 묻던 자재 배달 업체의 곤란한 표정을 보며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몸소 느끼기도 했다.


“‘전부 제가 합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니가 어떻게?’라고 묻는 듯한 사람의 표정이 기억나요. 지금은 여자 혼자 목공 공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여자가 목공을?’ 하는 시선은 많이 사라졌어요. 요즘은 힘이 좋은 기계가 많이 출시돼, 올려만 놓으면 기계가 자리를 잡아주고 정리도 다 해줘요.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목공을 시작할 수 있어요.”


기술과 힘에 큰 자부심을 가진 그에게도 고민거리는 있었다. 바로 육아 문제다.


“자영업자이고 엄마이다 보니까, 일과 육아 병행이 쉽지 않아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안 가고 유치원도 가지 않고 있어요. 저는 건설현장이나 인테리어 쪽에서 일을 많이 하는데, 저희 딸을 데리고 가요.”


진진빵집을 운영하는 여진 씨는 옥천에서 태어나 옥천에서 자랐다. 27살, 고향 옥천으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딴 진진빵집을 열었다. 그가 만드는 빵 맛의 비결은 “가게를 운영했을 때부터 직접 키워온 효모”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키워온 효모는 그가 만드는 모든 빵에 들어간다. 직접 만든 효모를 이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덕분에 금방 품절이 되곤 하는 빵들은 각종 SNS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는 “첫 입이 화려하고 맛있는 빵, 전국에서 찾아오는 빵집보다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빵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


<월간옥이네 40호에서 기사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monthlyoki/products/5158107138



글 사진 서효원

월간옥이네 2020년 10월호(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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