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배우 한석규가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옵니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니 옛 생각에 잠기며 여유를 가져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노트북을 열고 새벽에 올라온 특집 기사를 읽습니다. 취재기자와 현장에 같이 있었는데 나온 기사를 보니 주제를 이해하고 지역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행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고독한 글쓰기 시간이 자신을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 거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같이 잡지를 만드는 동료들이 많이 지쳐 보여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애초에 긴 추석 연휴로 인한 제작일정 축소로 전체 분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독자들에게 늘 좋은 잡지를 안겨드려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결론은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기존 분량대로 하자였습니다. 막바지 마감 작업 중에 불가피하게 10여 쪽을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일하는 사람의 행복과 기꺼이 구독료를 내며 잡지를 읽어주시는 독자들에 대한 책임 모두 소홀히 할 수 없기에 묘수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호 특집은 옥천의 산성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옥천에는 발굴된 산성이 46개가 있습니다. 단위면적당 산성 수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군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미발굴된 산성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산성이 많은 이유는 옥천과 주변 지역이 백제와 신라 접경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원 화성처럼 성곽이 뚜렷한 산성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옥천에 있는 산성 대부분은 성곽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또 개별 산성의 역사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월간옥이네>가 옥천의 산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흔한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습성에 대한 도전 때문입니다. 면사무소 앞에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잘 알지 못하니 그곳에 스며있는 진실과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옥천에 정착한 지 9년째지만 청성면사무소 맞은편에 있는 이성산성은 이번에 처음 가봤습니다. 천오백년 역사를 품은 그곳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보청천을 품은 청산 뜰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마음이 한없이 편해졌습니다. 혼자 갔으면 ‘산성이 뭐 이래’ 했을 텐데 길잡이의 설명을 들으니 돌 하나도 다시 보이고, 옛사람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역 전체가 큰 박물관이어서일까요. 그동안 지역사회는 바깥으로만 시선을 돌렸지 정작 주변에 있는 것은 잘 보지 못했습니다. <월간옥이네>는 흔한 것을 귀하게 여겨 온 이들의 활동과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아울러 옥천 산성 한 곳 한 곳을 탐방하는 연재도 시작합니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잠들어 있는 문화재를 재발견하고 살아있게 만드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2017년 10월 첫 날
편집장 장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