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무대

by 월간옥이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퇴장한 쓸쓸한 무대. 여름의 끝자락에서 <월간옥이네>가 마주한 옥천의 풍경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포도나무는 제 역할을 다하고 고독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농부들은 모처럼 여유를 갖지만 계산기 앞에서 결코 편치만은 않은 나날입니다.

옥천 포도 산업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벼·축산 농가를 제외한 옥천의 대표 작목은 포도입니다. 하지만 2015년 처음으로 전세가 역전됐습니다. 옥천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과실류 재배면적은 복숭아가 300ha, 포도가 230ha입니다. 포도 재배면적은 △2003년 792.6ha △2008년 664ha △2013년 359ha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조기출하라는 시설재배의 이점을 사실상 사라지게 만든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전 재배면적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입니다. 참담합니다. 게다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정부는 다시 한 번 포도농가의 폐원을 종용했습니다. 세계무역체제가 농민들의 삶의 터전과 생활양식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포도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로 가지를 칠 수 있겠지만 <월간옥이네>는 우선 옥천 포도의 화려했던 과거 무대를 재조명하고자 했습니다. 공연은 잠시 멈췄지만 언젠가는 다시 막이 올라야하기 때문입니다. 옥천에서 포도 재배의 시작과 ‘시설포도 주산지’라는 명성을 얻게 된 과거를 되짚어 봤습니다. 또한 그 기반 속에서 새로운 시도와 미래를 대비하는 옥천 농민들도 만났습니다. 이번 특집이 옥천 포도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과거와 현재를 기록한 소박한 이정표가 되길 소망합니다.

아울러 9월호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기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를 기록하고 표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의식주 해결이 우선이었던 시대에, 또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농촌과 지역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남겨두고 기록하는 일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옥천의 시설포도에 관해 남아있는 기록이 거의 없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이 지점에서 저희가 해야 할 일이 생긴다고 여겨집니다. 늘 부족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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