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십년 전 일도 곰곰이 생각해야 겨우 떠오르는 오래된 과거인데 천년이란 세월은 어떻게 해야 어루만질 수 있을까요. 충북 옥천군 청산면은 올해로 ‘청산(靑山)’이라는 지명을 쓴지 1077주년이 되었습니다. 고려 태조 23년인 940년 청산현이라 불린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애초에 주민들은 고려 현종9년 1018년을 기점으로 2018년이 1000주년 되는 해라 알고 기념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이전 자료가 확인돼 올 12월에 1000주년 기념탑을 세우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숫자야 무엇이든 청산 주민들은 이를 기념하는 과정을 통해 지난 천년을 꺼내 기록하고 새로운 천년을 열고 있습니다. <월간옥이네>는 단순 역사보다는 지명탄생 천년을 맞는 청산 사람들에 주목했습니다. 천년동안 주거환경, 행정구역, 국가 등 바뀌지 않은 것이 없지만 보청천을 중심으로 마을과 공동체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청산이라는 이름은 천년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역사를 기억하는 주민들을 통해 천년의 시간이 이어져있음을 느낍니다.
주민들은 12월 5일 기념탑 제막식까지 짧게는 2년여를 준비했습니다. 그 숨결을 담느라 이번호 특집은 평소보다 다소 분량이 긴 편입니다. 부족함이 있다면 저희가 제대로 의미를 읽어내지 못한 탓이겠지요. 문득 이번에 기념탑과 함께 추진한 100년 후 개봉할 타임캡슐에 ‘청산지명탄생 1000주년’을 담은 <월간옥이네> 12월호가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청산면 아이들에게 이 기록 또한 읽혀진다면 주민 주도로 준비한 이번 천년탑 제막식이 ‘위대한 유산’으로 남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리고 아쉬운 소식을 하나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1년을 계획하고 시작했던 ‘자연일기’가 박신영 작가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12월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세밀화로 그려내 그 존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더 이상 잡지에서 만날 수 없지만 지역에서 또 다른 만남이 이어지길 기대하겠습니다. 지면으로나마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편집장 장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