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2017년 6월 마지막날,

by 월간옥이네




출사표


세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대학생이었던 2003년 같은 학번 동기들과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타블로이드판 4페이지 분량을 한 달에 한 번꼴로 발행했습니다. 선배와 교수님에게 자발적 구독료를 받아 인쇄비를 충당했습니다. 동기들 소식을 주로 다뤄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되자고 다짐하며 4년여를 이어나갔습니다.

2007년에는 후배들과 함께 웹진 <꼼>을 창간했습니다. 학번을 넘어 학과 단위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느껴서입니다. 또 예비 언론인으로서 매체를 통해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주 단위로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리기 위해 바삐 움직였던 그 시절이 짧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다행히도 <꼼>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2009년 옥천신문사에 들어왔고, 올해 세 번째 매체 창간 작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월간옥이네>. 인구 5만 명의 충북 옥천을 기반으로 한 잡지 이름은 옥천의 비옥할 ‘옥(沃)’자를 따 지었습니다. 이름처럼 편안한 동네잡지가 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창간을 준비한 6개월 동안 ‘나는 왜 잡지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옥천의 ‘역사시대(歷史時代)’를 연 옥천신문 창간(1989)을 뒤이을 그 무엇이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잡지 고유의 특성에서 찾았습니다. 잡지는 도서와 마찬가지로 제본되어 발간됩니다. 기록의 보관에 용이합니다. 옥천신문이 사초(史草)라면 <월간옥이네>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긴 호흡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아울러 옥천에만 머무르지 않고자 합니다. 저 멀리 청산 동학정신에서 이어져 오는 농민·자치·언론·생태 운동을 비롯한 옥천이 가진 특수성을 바탕으로 풀뿌리 자치, 자급, 생태 등 보편적인 가치도 두루 다루려고 합니다. ‘잡다한 것을 기록하는 것’이라는 잡지의 정의처럼 사람과 공간, 역사, 문화 이야기도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허술함이 많을 것입니다. 부족한 점은 성실함으로 채워나가겠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월간옥이네>가 지향하는 바를 정리했습니다. 이를 마지막으로 세 번째 도전의 ‘출사표’를 마무리합니다.


ㅡ 오늘의 이곳을 기록하는 잡지

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문화가 옥천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구석들로부터 다시 오늘이 시작됩니다. <월간옥이네>는 옥천 구석들에 스민 오늘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ㅡ 균열과 이상을 만드는 잡지

다른 관점은 다른 관계를 맺게 하고, 다른 관계는 다른 삶으로 이어집니다. <월간옥이네>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지역의 삶에 균열과 이상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꿈틀거림입니다.


ㅡ 곁을 내어주는 잡지

<월간옥이네>는 아스러지는 것들을 사랑하고 자연을 향해,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고 곁을 내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 당신이 같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2017년 6월 마지막 날

편집장 장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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