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

by 월간옥이네


지난 4월 지쳐가는 일상 속에 힘을 얻은 일이 두 번 있었습니다. 어떤 분께서 “수십 년 후 지역은 로컬콘텐츠가 먹여 살릴 것”이라고 하는 말씀을 듣고 ‘내가 지금 최첨단을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직 모바일 버전만 해당되지만 ‘잘 나가는’ 네이버 역시 ‘우리동네’라는 섹션을 전면에 배치하며 지역 소식을 다루기 시작한 거 보면 그 미래가 앞당겨 질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또 4월 27일 진행한 ‘둠벙에 빠진 날’ 11탄 행사는 기록이라는 행위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의 진실을 다룬 기록영화, 오충공 감독의 1983년작 <감춰진 손톱자국>을 보고 배급사 대표님과 관객과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20대 후반 청년 감독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우리는 그때의 비극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을 겁니다. 60이 넘은 감독은 같은 주제로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하니 월간옥이네를 발행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저는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 생각했습니다.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이 옥천을 기록하고 지역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지역 안에서 점점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옥천행복교육지구 사업공모에서 마을여행과 마을아카데미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마을여행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지역 곳곳을 여행하며 아이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얘들아 책 읽자’라는 제목의 마을아카데미 사업은 그동안 ‘가을동화’ 꼭지로 재미나고 정감 있는 창작동화를 선보인 이가을 작가님과 함께 하는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입니다. 아쉽게도 작가님은 4월에 충주로 거처를 옮기시면서 더 이상 가까이 뵐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왕복 다섯 시간은 족히 걸릴 충주와 옥천을 올해 열여섯 차례나 오가실 예정입니다. ‘지난해 함께 했던 아이들의 눈빛과 성장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오는 7월에 열리는 제12회 향수옥천 포도·복숭아축제에서 ‘옥천 포도복숭아 역사전시관’ 설치 및 운영을 맡게 됐습니다. 2017년 9월호 옥천 시설포도의 역사를 다뤘던 특집 기사가 발단이 되어 이제는 지면이 아닌 전시공간을 기획·편집해 더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잡지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콘텐츠로 재가공 되는 일에 희열을 느낍니다.


이번 호에 다루는 ‘구읍’이라는 주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 최대 축제인 지용제를 앞두고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자 이를 모티브로 여러 지역개발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구읍이라는 공간에 주목했습니다. 그동안 지역사회의 구읍에 대한 전략은 정지용과 육영수라는 인물에만 의존해 왔습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구읍이라는 숲을 보자’는 화두를 꺼냈는데 아무래도 한 번으로는 부족함이 많을 듯합니다. 5월호를 시작으로 계속 채워가겠습니다. 아울러 더 풍성해진 ‘時끌벅적 문학축제’ 제31회 지용제가 5월 10일에서 13일까지 구읍 일원에서 열립니다. 고래실도 ‘사진으로 보는 옥천 옛 이야기, 고향박물관’ 전시와 고래실 지역출판 첫 단행본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월간옥이네> 등을 판매하는 부스를 운영합니다. 푸르른 5월 구읍에서 지용 시인과 함께 뵙겠습니다.


참, 힘을 얻은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시대를 예고하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우리의 일상과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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