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철밥상

자글자글 기름 냄새,
추석이 온다

배추전, 무전, 표고전

by 월간옥이네




명절에 제사를 지낼 때면 늘 창문을 반쯤 열어두었다. 할머니는 조상의 혼이 집에 들어오려면 창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깜빡 잊고 문을 닫지 않으면 모 기가 들어온다고 혼내던 할머니는 제삿날만큼은 몇 시간이고 문을 열어뒀다. 창문으로는 조상의 혼과 함께 이 집안으로 시집온 여자들이 볶고 굽고 끓여 만든 제사 음식 냄새가 빠져나갔다. 냄새를 맡은 길고양이는 문가로 주춤주춤 몰려들었고, 제사상 앞 에서 절 올릴 일이 없는 여자애들은 막 구운 따뜻한 전을 몇 개 주워 먹다 방에 들어 가 저들끼리 놀았다. 추석은 늘 그렇게 왔다 갔다. 가을바람 냄새, 고소한 기름 냄새를 몰고, ‘얼굴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는 정말 이 많은 음식을 다 먹을까?’ 묻는 손녀의 의문을 남기고.

다가오는 추석에도 집집마다 창문을 반쯤 열고 기름 냄새 풍기며 제사상을 차릴 테다. 결혼 후 매해 열세 번의 제사를 지냈다는 김상희 씨는 제철밥상 ‘충청도 추석 음식’으로 배추전, 무전, 표고전을 골랐다. 바다가 인접하지 않은 옥천의 경우 주로 밭작물에 의지해 추석 음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추석 전후로 수확하는 녹두는 늘 상에 오르는 추석 음식 재료 중 하나였다.

김상희 씨가 재료를 씻고 데쳐 밀가루 옷을 입히는 동안 프라이팬이 달궈졌다. 기름을 둘러 밀가루 옷 입은 재료를 하나씩 올리자 기름 냄새가 퍼진다. 다 구운 전은 밀짚을 깐 나무 그릇에 올려 식힌다. 그릇으로 쓰인 나무는 김상희 씨 시어머니가 쓰 던 옛날 광 문짝이다. 김상희 씨는 이걸 버리지 않고 기름칠해 그릇으로 쓴다. 배추전, 무전, 표고전을 가지런히 올린 그릇에도 충청도 여자들의 오랜 노고가 깃든 셈이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전을 한입 베어 물자 비로소 추석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조상은 정말 이 많은 음식을 다 먹고 갔을까. 이제 창문 틈으로 조상의 혼이 들어오는 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대신 열린 창문 너머로 생선 토막을 짭짭거리며 먹던 작은 고 양이들, 할머니 집에서 싸 온 제사 음식을 안주 삼아 술을 따르던 어른들의 모습을 떠 올리고는, 모든 제사가 끝난 평화로운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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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치기 tip

1. 무와 표고를 데칠 때는 표고 향이 배도록 표고-무 순서로 한다. 육수 물에 데치면 더 맛있다.

2. 무는 결대로 잘라야 전을 부쳤을 때 부러지지 않고, 식감도 아삭하다. 국에 넣는 무도 마찬가지.

3. 모든 재료는 물기를 잘 빼야 한다. 수분이 많으면 가루 옷이 벗겨질 수 있기 때문.

4. 덧가루란, 전을 잘 부치기 위한 마른 밀가루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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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매력 배추전


· 재료

알배추 1통, 밀가루 1컵, 찹쌀가루 3티스푼, 물 1.3컵, 소금 약간, 덧가루, 기름


· 초간장

간장 1티스푼, 식초 1/2티스푼, 설탕1/4티스푼, 물 1티스푼


· 만드는 법

1. 배추는 한 잎씩 떼어내 씻은 후 소금물에 살짝 절인다.

2. 밀가루, 찹쌀가루, 소금, 물을 넣고 고루 섞어 반죽한다.

3. 절인 배추는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하고 마른 가루를 묻힌다.

4.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루 묻힌 배추에 반죽 옷을 입혀 노릇하게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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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아삭함 무전


· 재료

무 200g, 밀가루 1컵, 찹쌀가루 3티스 푼, 물 1.3컵, 소금, 덧가루, 쑥갓, 기름


· 만드는 법

1. 무는 납작하게 0.4~0.5cm 두께로 썬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무를 데친다.

3. 밀가루, 찹쌀가루, 소금, 물을 넣고 고루 섞어 반죽한다.

4. 데친 무는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하고 마른가루를 묻힌다.

5.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루 묻힌 무에 반죽 옷을 입혀 고명을 올린 후 노릇하게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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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표면과 꽉 채운 속 표고전


· 재료

표고 10장, 쇠고기 100g, 두부 30g, 밀가루 3티스푼, 계란 1개, 소금, 참기름 약간, 덧가루 약간, 기름

· 만드는 법

1. 건표고는 따뜻한 물에 불리고 생표고인 경우는 데쳐서 기둥을 떼고 면보로 물기를 제거한 후 소금, 참기름으로 간을 한다.

2. 쇠고기는 기름을 제거해 곱게 다지고, 두부는 체에 내린 후 물기를 제거하여 고기와 섞어 양념(파, 마늘 등)한 후 끈기가 나도록 치댄다.

3. 표고버섯 안쪽에 밀가루를 뿌리고 고기소를 편편하게 채운다.

4. 소가 들어간 쪽에 밀가루를 묻힌 후 살짝 털어내고 계란옷을 입힌다.

5.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소가 있는 쪽으로만 지져낸다. 이때 시간을 넉넉히 두고 약한 불로 속까지 익힌다.


김상희 씨

제철밥상 요리는 세종대학교 조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향토음식연구회 전 대표를 맡았던 김상희(옥천읍 삼양리, 54) 씨가 진행했다. 김상희 씨는 군서면 오동리에서 별빛담은체험농장과 정성가득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제철밥상 코너 에서 소개하는 조리 방법은 김상희 씨 자문을 구해 썼다.



월간 옥이네 VOL.27

2019년 9월 호

글 사진 김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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