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철밥상

그래도 먹고 싶어, 옻순

옻순 산적, 옻순 무침

by 월간옥이네




두꺼운 나무껍질처럼 자신을 지키는 사람은 세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눈다.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과 사람, 시대에 기준을 두고 세상을 평가한다. 내가 데였던 불은 나쁜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한순간에 나를 떠났으니 사람은 믿을 수 없는 것이며, 내게 안락함을 주었던 만화방은 영원할 것이었다. 그렇게 뜨거운 것을 피하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려 애쓴다. 사랑하는 이가 내 곁을 떠나기 전에 먼저 떠나보낸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살아남지 못한 만화방은 영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르다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판이었다. 때로는 독이 든 사과도 먹고, 모두가 열지 말라는 판도라의 상자도 열어봐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여태 밀치고 버려냈던 마음을 주워 담아야 한다. 데이고 버려질지라도 하나씩 주워 담아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나의 새로운 기준은 그걸 ‘용기’라고 불렀다.


늦은 봄 옻나무에서 자라는 옻순은 4월 말에서 5월 초 짧은 한 철만 먹을 수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은 옻이 가진 우루시올 성분으로 옻이 오를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먹을 수밖에 없는 고소한 맛을 가졌다. 처음 보는 것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판단할 수 없고, 우리는 그 혼란 속에서 새로운 기준을 정립한다. 겨우 옻순을 먹는 것조차 용기라고 불러도 될까?



"나... 쇠고기랑 만나"

옻순 산적


쇠고기와 만나 더 좋다. 더 맛있다. 고기는 결 반대로 잘라야 질기지 않은 산적을 먹을 수 있고, 향이 빠질 수 있으니 따로 씻지 않고 삶으면 된다. 옻순 산적은 고급스러운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있어 조금 어려운 손님을 대접할 때 좋다.


재료 : 옻순 200g, 쇠고기 200g, 밀가루, 달걀 1개

쇠고기 양념 : 간장 1티스푼, 설탕 1티스푼, 마늘 1티스푼, 참기름, 후추 약간









만드는 방법


1.JPG 1. 옻순 끝을 다듬은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살짝 데친다. 소금, 들기름으로 밑간을 한다.


2 (1).JPG 2. 소고기는 가로세로 7*1cm 길이로 썰어 분량의 양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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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꼬지에 옻순, 쇠고기, 옻순, 쇠고기 순으로 끼운 후 가루를 묻히고 달걀 옷을 입혀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4.JPG 4. 접시에 꼬지를 빼고 한입 크기로 어슷하게 썰어 담아낸다.



"나? 옻순!"

옻순 무침


옻순의 존재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옻순 무침. 초장에 양념 하기도 하는데, 그것보다 심심하게 무쳐야 고소한 옻순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늦은 봄 갑작스레 옻순이 찾아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무쳐내자. 고소하고 강렬하게!


재료 : 옻순 250g, 된장 1.5티스푼, 마늘 1티스푼, 들기름 1티스푼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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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옻순은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살짝 데친 후 마늘, 된장, 들기름을 넣어 고루 무친다.




제철밥상 요리는 세종대학교 조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향토음식연구회 전 대표를 맡았던 김상희(옥천읍 삼양리, 52)씨가 진행한다. 김상희씨의 자문을 구해 음식의 조리 방법과 재료 영양성분 이야기를 썼다.
















농민이야기

옻순을 향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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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술(70) 씨의 손에는 군데군데 까만 진액이 묻어있다. 옻나무에서 옻순을 따다 보면 옻 진이 나오고, 옻나무에서 나오는 가루가 날려 옻이 오르지 않는 사람도 몸이 근질거리며 가렵기 일쑤다. 청성면 합금리에서 청마농장(청성면 합금로 314)을 운영하는 현재술 씨는 옻나무 1만 5천 주, 헛개나무 2천 주와 호두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등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술 씨는 옻순 채취용 나무가 따로 있긴 하지만 많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 옻순을 채취해 판매한다고 말한다. 올해는 4월 19일부터 옻순을 채취했는데, 날이 추워 채취 기간이 길었다.


“저녁 온도가 15도 이상이면 옻순은 2~3일 안에 금방 자라서 먹을 수 없어져요. 추우면 자라다 멈춰서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 길죠. 올해 4월에는 새벽에 손이 시릴 정도로 추웠어요.”


현재술 씨가 키우는 옻나무는 목재나 관, 가구 액세서리를 만드는 용도다. 옻나무는 빛깔이 좋고 오랜 기간 사용해도 상하지 않아 인기가 좋다. 현재술 씨는 옻나무가 너무 습한 땅에서는 죽고, 마른 땅에서는 크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토질이 필요 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산이 높은 곳, 북서쪽이나 남동쪽 등 해가 적당히 비추는 곳에서 옻나무는 더 잘 자란다고. 목재용 옻나무는 옆으로 나는 가지를 돌려주어(꺾어준다는 표현) 4미터 까지 매끈하게 키운다.


옻에 관해 설명하는 현재술 씨에게는 나무를 향한 사랑이 묻어난다. 옻으로 담글 수 있는 술 종류만 뿌리, 가지, 열매, 껍질 등 네 가지고, 옻꿀은 옻이 오르는 사람도 먹을 수 있고 옻 특유의 열을 가지고 있어 몸이 찬 사람에게 좋단다.


옻사랑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현재술 씨는 한국전기통신공사 옥천전화국에서 일하다 1999년 퇴직한 뒤 고향인 동이면 청마리 강 건너 청성면 합금리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농촌진흥청, 옥천군농업기술센터 등을 다니며 농사일을 익혔고, 지금은 자급자족 할 수 있을 만큼의 고추, 들깨, 마늘 농사를 지으며 나무를 기른다. 현재술 씨가 재배한 옻순은 현장구매 또는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010-3456-4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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