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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에 빠진 날 24탄 「정치의 약속」 북토크

by 월간옥이네


가파른 선택의 기로에 놓인 지금, ‘뭐라도 해보려는 이들’을 ‘정치의 무대’로 초대한 하승우 씨의 부름에 응답한 이들이 8월 21일 저녁 6시 30분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 모였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북토크는 포도밭출판사 최진규 대표와 책 「정치의 약속」 저자 하승우 씨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자신을 중앙이 아닌 지역에 관심 두고 사는 사람이라 소개한 하승우 씨는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지금이 가파른 선택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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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무관심한 이유

“이렇게 낡은 시대 정치인들로는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지 못해요.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정치인들) 직업군도 획일화 되어 있잖아요. 그러면 다양한 의제가 나오지 못하고 그럼 미래의 위기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지금의 한국 정치를 전형적인 60대 정치라 칭한 하승우 씨는 새로운 위기의 예로 기후위기를 들었다.

“다가오는 9월이 기후파업 범국민행동을 위한 기후행동 주간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유독 한국만 그 목소리가 없어요. 저는 그게 정치인들의 나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미래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죠. 지금 기후위기의 변곡점을 2050년이라고들 말하는데 2050이란 숫자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에 없을 숫자인 거죠.” 그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더라도 현재 정치구조의 변화 없이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구조적 변화가 동반돼 새로운 정치세력이 새로운 고민을 해야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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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탈’ 고민해봐야 하는 것들

책을 통해 탈토건, 탈부패, 탈미세먼지, 탈핵, 탈성장을 주장한 하승우 씨는 각 사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사안을 하나씩 짚으며 대안을 제시했다.

“최근에도 국토교통부 사업을 보면 계획건설 위주로 진행되는데 이제는 사업을 진행할 때 경제적 타당성뿐만 아니라 생태적 타당성도 함께 고민해봐야 해요. 일단 지어놓으면 누군가는 쓰겠지 하는 식의 사업은 멈춰야해요. 농업도 농업이라는 산업을 살린다는 관점이 아니라 생태적 복원력 차원에서 농촌을 유지하면서 토지를 어떻게 보존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거죠.”

산업이 아닌 기후와 생태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사안일지라도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게 그의 말이다. “탈성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기후위기가 대두된 현 시점을 기점으로 합의가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해요.”

그는 앞으로 이 사회를 살아갈 세대에게 뭘 전해줄 것인지 고민하는 일을 정치인에게만 맡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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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가량의 열띤 북토크 뒤에는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Q. 농민 기본소득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농사를 몇 평 이상 짓는 사람이 받아야 하는지, 농촌에 살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건지, 농민기본소득의 수혜대상을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지 궁금하다.

A. 기본 소득이란 ‘조건 없이 주는 소득’을 말하는 건데 한국에서는 늘 재정자립도 이야기가 나와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농지 소유 여부로 정하면 전업농이 아닌 사람도 있기 때문에 실거주자 중심으로 수혜가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농사 여부보다는 농촌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줘야 하니까. 녹색당에서는 이미 농민 기본소득 대신 ‘농촌 기본소득’으로 당론을 정했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도시 인구와의 합의가 어려울 수 있는데 기후 위기가 이 합의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Q. 한국에서 탈성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까. 그런 합의가 가능한 날은 언제 올까.

A.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도 한국사회가 ‘탈성장’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것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탈성장이라고 하면 대다수가 원시사회로의 회귀로 오해하는 것 같다. 탈성장도 문명화된 사회다. 차이가 있다면 성장 사회는 성장으로만 문명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고 탈성장 사회는 성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문명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탈성장은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이지 탈문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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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순환경제공동체에서 간사로 활동하는 양성민(21, 옥천읍 삼청리)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북토크를 통해 정치로 정확히 무엇을 바꿔야하는지 답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동이면 세산리에서 온 김종민(34)씨는 “기후 문제를 기후학자나 생태학자의 관점이 아닌 정치의 관점으로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월간 옥이네 VOL.27

2019년 9월 호

글 이윤경 기자, 사진 박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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