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번학기도 시간이 무척이나 빨리 지나가는구나. 어느덧 (거의) 방학이 되었다.
서른이 넘어서 본격적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서른 하나. 우리 부부는 이곳 미국에 왔다.
내가 생각했던 30대는 좀 더 여유롭고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는데, 아직도 세상물정 모르는 서른의 중반 모습인 거 같다. 서른 둘에 만난 딸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렇게 우리도 조금씩은 커나가고 있는 거 맞겠지?
요즘 브런치와 트위터를 통해서, 그리고 방송을 통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이야기에 귀기울여보게 된다.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 비슷한 육아고충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해외에서 이방자의 신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 어쩌다 "이방인"이란 프로그램을 알게되었고, 오늘 첫 회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해외에서 살아가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내가 여기서 마주칠 수 있는 흔한 일상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아이들 도시락을 준비하고 라이드하고 또 저녁을 준비하는. 그렇구나. 다 비슷하게 살아가는구나.
어제 "마봉춘 세탁소" 영상을 처음 접했다. MBC파업과 그 가족들. 무엇보다 김민식 피디와 딸아이의 대화를 지켜보며 뭐라 말할수 없는 먹먹한 감동이 전해졌다. 저렇게 딸아이와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그리고 딸아이가 아버지의 삶을 존경하고 따라하고 싶어한다면. 저게 바로 성공한 인생이겠구나. 아! 김민식 피디의 삶의 태도는 소박하지만 꾸준히 걸어나가는 저 모습이구나. 나도 나중에 우리딸과 저렇게 마주보고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을까? 더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이제 점점 다른 벽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예전보다 체력적으로는 훨씬 편해진 게 사실이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아이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좀 더 공부가 필요한 거 같다. 그러다가 접한 서천석의 아이와 나 프로그램에서 만난 김민식 피디와 장수연 피디의 이야기는 어제 듣는 내내 공감과 감탄을 자아냈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고민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참 라디오가 좋다. 어쩌면 라디오는 좀 더 목소리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TV보다 더 따뜻한 매체이지 않을까 싶다.
친구. 친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편하게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며 서로 고민을 상담해주고 꿈에 대해 이야기해봤던 적이 언제였나 싶다. 물론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보통 아이엄마들을 만나게 되는 구조 속에서 서로 대화의 화제는 거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 또한 아이들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하고 좋다. "이방인"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하우스와이프의 삶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들의 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 중요한 만큼, 나를 나 자신으로만 바라봐줄 수 있는 친구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 만들기가 힘들다지만, 어쩌면 지금의 나를 바로 봐줄 수 있는 친구는 지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하는 생각. 그리고 외국에서 외롭지만, 다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더 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요즘, 방학을 앞두고 한결 내 삶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 pause.
눈 앞에 닥친 현실적인 어려움에 좌절하고 주저하기보다는, 좀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는.
나의 삼십대를 응원한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