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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기록 Jan 18. 2019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드레스룸에서 잠시나마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

주말. 방학하고 나서 주말은 근교로 외출을 자주 하게 되는 거 같다.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우리가 좋아하는 도시. 우드랜드에 다녀왔다. 명분은 children's museum이었는데, 규모가 작아서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돌아보게 되어서 근처 몰도 들렀다. 왠걸. 너무 사람이 많았다. 다들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러 나온건지. 주차장은 들어가는 곳부터가 정체가 시작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러 나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 몰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할아버지도 방문해주셨다. 산타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산타와 사진을 찍는 게 중요한 연중행사인가보다.


2층에서 회전목마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몇몇 상점들을 들어갔다. 대부분 상점들의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계속되는 세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러 나왔나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옷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맘에 드는 몇 개의 옷을 들고 드레스룸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캐쥬얼 드레스. 가격도 좋고, 이뻤다. 하지만 옷에 신축성이 없어서 팔꿈치부분이 불편했다. 예전같았으면 샀겠지만, 요즘 나의 옷들을 보면 대다수 편한 이동성과 움직임을 보장하는 것들이다. 그냥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랜만에 이런 옷을 입어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옷걸이에 걸어놓고 직원에게 돌려주고 나왔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가끔씩은 이렇게 쇼핑을 하러 나와봐야겠구나. 사진 않더라도 맘에 드는 옷들을 입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지금의 나를 좀 더 돌봐야겠구나. 사랑해줘야겠구나. 얼마 전 주차장에서 아는 언니를 만났다. 언니가 화장품 가게에 향수를 사러 간다고 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땐 나도 종종 향수를 뿌리곤 했었던 시절이 있었지. 기분좋은 향이 나에게 머문다는 건 나에게도 기분좋은 일이었다. 언니를 따라서 화장품 가게에 가서 나도 향수를 골라보았다. 나도 향수를 사야지. 라는 생각으로.

계산 줄을 기다리면서 슬며시 내가 골랐던 향수를 내려놓았다. 어차피 사봤자 안뿌릴 거 같았다. 일단 화장품 먼저 사야할 거 같았다. 눈화장을 안해본지는 백만년 되는 듯 하다. 예전엔 바쁜 아침에 어떻게 그렇게 화장을 다 하고 나갔는지 의아하다. 그리고 어떻게 한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통근하며 다녔는지.


쇼핑을 나가자. 소비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를 좀 더 보기 위해. 거리를 좀 더 걸어보며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만나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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