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앉아서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
월요일 오후. 아이를 픽업하러 가기 전까지. 이제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두시간 남짓.
두 시간이라도 내 자리를 찾고자, 학교를 나와 나의 자리에 앉았다.
예전의 나라면 그냥 집에서 남은 일을 처리하거나 근처에 있는 카페나 도서관 등을 찾아갔을텐데.
웬일로 학교에 나왔다. 그것도 방학을 한 지금. 왜일까?
나는 나의 자리를 찾고 싶었던 거였던걸까?
'이방인' 외국에 나와서 살고있는 다른 이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
첫 회를 보고, 이젠 안보겠다 싶었다. 매일매일이 거의 비슷하겠지 모. 그런 생각.
그런데 오늘 두 번째 회를 챙겨보았다. 비슷하지. 일상이란건. 원래. 그 익숙하고 비슷한 일상이 우리들의 하루하루인걸. 하지만 뭘까? 그들에게 빠진 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와이프로서, 엄마로서의 삶을 더 들여다보게되는데. 그들을 둘러싼 화려한 공간들 중.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은 주방이었다.
엄마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집. 유학생들의 삶은 대체로 비슷하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면 투 베드에 사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또한 투베드 아파트에 살고있다. 대부분 방 하나는 침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부방이거나 놀이방으로 쓴다.
그렇다면 나의 공간은?
잃어버린 내 책상을 찾아서.
처음 미국에 와서는 당연스레 공부방에는 두 개의 책상이 있었다. 하나는 남편꺼. 그리고 하나는 내꺼.
그러나 아이를 낳고 집안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방 바깥으로 내 책상이 나오게 되었으며, 곧 나는 내 책상을 자리만 차지한다라는 명분하게 처분하였다. 나는 식탁에서 공부하면 된다는 이유를 달고.
친정집을 방문하면 내가 머물게 되는 나의 예전 방에는 지금은 책상은 없지만, 그 책상에서 내가 창밖을 바라보며 공부하고 공상하고 시간을 보내던 그 자리. 건너편 아파트 동의 불켜져있는 창문들을 보며, 아직도 늦은 시간 그들은 무얼하고 있나라는 쓸데없는 생각들. 하지만, 그 책상에서 나는 일기도 쓰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며 나름 가장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다시 내 책상을 확보해야겠다.
그게 잃어버린 나를 찾는 가장 첫 번째 할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의 책상이 있는 학교 오피스에 방학이지만 짧은 시간 머물수밖에 없지만 나오게되는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학교 계단을 오르며 드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