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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빵집 아들’이 들려주는 보석 이야기 7

월간잡담 2025년 02월호

by 월간잡담 Feb 23. 2025

‘금빵집 아들’이 들려주는 보석 이야기 7


- 금은방 사장은 어떻게 금을 빨리 판별하는가? -


[ 조성일 ]



이번 이야기에서는 금은방 이야기의 대장정을 슬슬 마무리하기 시작하는 의미로, ‘금 판별법’에 대해 자세히 나누고자 합니다. 금은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금이라 판단하는 것일까요? 적지 않은 돈이 오고 가는 금은방에서 손님을 붙잡아 두고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할 수 없을 텐데, 금은방 사장들이 어떻게 그리도 빠르게 판별하고 거래를 마치는지 궁금했던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금은방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는 약간 신기하기도 했으니까요.


금을 판별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는 ‘자석 테스트’가 있습니다. 금은 자석에 붙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석을 활용한 테스트가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일부 제품의 장식 부분에는 작은 스프링 등이 들어가 있어서 그 약간의 성분이 자석에 반응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매우 작기 때문에, 금은방 일에 익숙한 전문가들은 제품이 자석에 붙는 강도만 보고도 이것이 스프링 때문에 붙는지 제품 자체가 금이 아니라서 붙는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품에 새겨진 각인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판별 도구가 됩니다. 금은방 일을 하지 않는 분들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이지요. 각인은 금 제품의 순도를 알려주는 일종의 ‘신분증’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순금에는 ‘999’ 또는 ‘995’와 같은 숫자와 함께 종종 인증 마크가 찍혀 있고, 18K 제품에는 ‘750’ 또는 ‘18K’, 14K 제품에는 ‘585’ 또는 ‘14K’라는 각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액세서리의 형태라면, 이러한 각인은 일반적으로 귀걸이 안쪽이나 반지 내부 같은 부분에 찍혀 있습니다. 목걸이나 팔찌처럼 얇은 제품이라면 장식 고리 끝부분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새겨져 있기도 하지요.


외국 금의 경우 사뭇 다릅니다. 중국 금에는 ‘足金’(족금) 또는 ‘天足金’(천족금)이라는 표기가 사용되며, 특히 천족금이라고 적혀있는 중국 제품은 한국의 순금과 동일한 함량을 보입니다. 태국, 베트남 등의 금과 관련해서는 ‘무게’ 또한 판별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돈’(3.75g) 단위를 기준으로 삼는 것과 달리, 동남아권에서는 ‘밧’(Baht)이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1밧은 약 15.244g으로, 4.04돈~4.05돈 정도로 나옵니다. 또한, ‘1밧=4쌀릉’이기 때문에 1쌀릉은 약 3.811g, 한국식으로는 1.01돈~1.02돈 정도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가게에서는 동남아권 국가의 금이 들어오면, 먼저 금인지 아닌지 확인한 후 무게를 재어서 판별합니다. 또한, 이러한 외국 금 중 상당수는 실제로 녹여서 감정했을 때 순도가 89%~93% 정도로 일정하지 않게 나오기 때문에, 일단은 순도가 90%라고 가정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외국 금 매입과 관련해서는 금은방마다 방법과 기준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짜 금과 도금 제품을 구별하는 것도 금 판별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도금 제품에는 보통 ‘GP(Gold Plating)’이라는 표기가 있습니다. 특히, 상패 형태의 금 제품은 ‘24K Gold’라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정확한 무게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면 도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금으로 되어 있는 상패를 두고 그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신다면 무게 표기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금 함량을 더욱 정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시금석 테스트’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금석 테스트는 시금석이라는 물질에 금 제품을 긁은 후 시금액을 뿌렸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4K 시금액을 뿌렸을 때 흔적이 사라진다면 해당 제품의 금 함량은 14K 미만임을 의미합니다. 18K 시금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흔적 여부에 따라 금의 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금액은 왕수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피부에 닿을 경우에는 화학적으로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시금석 간이 테스트로는 정확한 숫자를 확인할 수 없지만, 다양한 시금액을 통해 구간별로 쉽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치과용 금니, 즉 ‘치금’도 많은 금은방에서 매입하고 있습니다. 치금은 크라운, 인레이, 브릿지로 나뉘며 각각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크라운’은 일반 금니로서 보통은 14K 함량으로 매입됩니다. ‘인레이’는 치아 내부를 때우는 데 사용되는 금으로, 18K 이상의 함량이 많습니다. ‘브릿지’는 크라운이 연결된 형태로 되어 있는데, 치아와 붙어 있는 경우에는 중량을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아를 제거한 후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금 함량 분석 기기를 시중에서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분석기의 가격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까닭에 일반적인 금은방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신, 앞서 언급했던 방식인 시금석과 같은 전통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더해 꽤 정확한 판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금 판별은 단순히 기계적 과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학습’이 결합된 기술이자 금은방에서의 ‘종합 예술’입니다. 물론 금은방 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라면 판별 과정에서 크든 작든 실수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금 제품들을 꾸준히 접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감정소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판별 능력을 점차 키울 수 있습니다. 금 판별도 결국 금은방에서는 중요한 공부거리인 셈입니다.


저와 같은 금은방 업자나 귀금속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분들 또한 금 판별법을 이해하고 있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 제품의 진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석 테스트부터 각인 확인과 시금석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금의 순도를 잘 판별하고, 더 나아가서는 금의 가치를 금전적인 차원에서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은방 사장들의 실무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금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이번 이야기가 여러분께 유익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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