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디자인 Aug 10. 2018

일러스트레이터가 기록한
나의 여행기 #1

월간 <디자인> 8월호

출판, 광고, 패션, 제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와 다양한 매체에 적용되며 일러스트레이션은 여전히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의 가장 큰 효과는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 결과로서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이를 생각해내는 과정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 소개할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로, 각자가 생각하는 ‘여행’을 테마로 한다.







최지욱

Choi Jeeook 


jeeook.tumblr.com

인스타그램 @jeeeoook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서 순수 미술을 공부하고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2016년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메인 포스터, 2017년 제5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으며 <뉴요커> <뉴욕타임스> 등의 해외 매체를 비롯하여 리모와, 로켓런치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했다.
최지욱의 ‘리모와_ 뒷모습’


자기소개를 해달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최지욱이다. 일상을 낯설게 묘사하거나 비현실적 풍경을 납작하게 표현하며, 대상에 대한 설명을 최소화하고 상황과 구도를 이용해 뉘앙스를 만드는 작업을 지향한다.


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보통 어느 단계를 가장 중요시하는지 궁금하다.

아이디어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종이를 늘어놓고 네모 칸을 그리는 것이 아이디어 단계에서 대부분의 일과다. 선을 몇 개 그어보다가 다시 새로운 네모 칸을 그리고 바라보기를 하루 종일 반복할 때도 있다. 그러다 소재와 구성이 머릿속에 정해지면 바로 컴퓨터로 스케치하면서 구체화한다.


본인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빼곡한 요소에 비해 공간이 단순하고 납작하다는 것이 일차적으로 눈에 띄는 것 같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상황을 만들어 표현하기를 즐기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림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작업에 영감을 주는 것은? 

낯선 풍경이나 우연히 보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 시각적 자극을 받으면 이상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보통은 본 것과 전혀 연관 없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지만.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도전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항상 이 질문에 책을 내보고 싶다고 답했는데, 현재 소소한 책을 준비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요즘은 기획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스스로 만들어낸 책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3D를 익혀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도 있다.



리모와를 위한 웹 홍보 일러스트레이션

독일의 여행용 가방 브랜드 리모와와 여행을 주제로 작업한 그림 3점 중 하나다. 



탈주하는공 Sprinting Balls Ⅰ

<칸 퍼레이드: 깨무는 칸들>에 전시한 그림. 빠르게, 혹은 어쩌다 탈주하게 된 공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키미앤일이 김희은 

Kimi and 12  Kim Heeeun 


@kimi_and_12

그림 그리는 키미와 디자인 하는 일이의 스튜디오이다.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여러 기업과 협업을 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그림책과 인쇄물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남해에서 그림책 <바게트호텔>의 콘셉트 스토어 ‘바게트호텔’을 운영했으며 10월 해운대에 새로운 바게트호텔을 오픈할 계획이다.
아네모네와 아침

아네모네가 있는 식탁에서 하는 아침 식사.

꽃을 살 마음도, 꽃을 돌볼 여유도 없어질 때는 여행지에서 꽃을 사는 상상을 한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스튜디오 키미앤일이에서 그림을 그리는 김희은이다. 개인 작업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기도 하고 여러 흥미로운 협업을 하고 있다. 나만의 그림을 찾아가는 중이기도 하다.


작업 과정을 묘사해달라.

그리고 싶은 것이 생기면 대략적인 스케치를 하거나 메모를 해둔다. 반대로 스케치나 메모를 먼저 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 이후 스케치를 토대로 어디에 무엇으로 그릴지를 정하는데 아크릴물감이나 포스터컬러, 색연필 같은 것 중 고른다. 사실 작업할 때 쓰는 도구는 아직까지 마음 가는 대로 이것저것 사용해보는 중이다. 작업할 때의 나를 돌아보면 생각을 가장 오래하는 것 같다. 무엇을 그릴지에 대한 생각, 어떤 색을 쓸지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


여느 일러스트레이션과 다른, 본인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원하는 것이 늘 모두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림 속에 들어가는 오브제 하나하나에 나만의 의미를 담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교훈적인 내용도 아니고 딱히 시사하는 바도 없기 때문에 그냥 생각 없이 봐도 좋을 것 같다.


작업에 영감을 주는 것은?

좋아하는 음악, 영화, 흥미로운 대화다. 음악이나 영화는 수없이 반복해서 청취, 시청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을 듣거나 오랫동안 보고 또 보았던 영화를 보면 당장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그것을 향한 부러움을 동반한 영감이랄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영감을 준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도전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다. 몇 년간 작업해오면서 쌓인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서 전시를 열고 싶다. 정말로 그리고 싶은 것들을 끄집어내서 그려볼 생각이다..



바게트호텔

가상의 호텔인 바게트호텔에서 묵는 투숙객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의 한 부분이다. 조용한 일상의 단면을 그렸다.







김지예

Kim Jiye  

www.jiyekim.com

@kamidamikim

킹스턴 대학교의 일러스트레이션 &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Tank>, <Bellboy magazine> 등 국내외 잡지사들과 작업한 바 있으며, 최근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그리스인 조르바>의 커버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통해 올해 새롭게 선보일 그림책을 준비 중이다.
<I’m Good>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나 순간의 충동적인 바람에 그치고 만다. 벽에 붙인 타일에는 어느 여유로운 해변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와 대비되는 작은 화장실. 욕조 속 여자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어쩌면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한 공간이다. “I’m good(나는 괜찮아).” 그녀는 생각한다. 아마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정말 괜찮거나, 실은 괜찮지 않거나. 익숙한 공간에서 나름의 ‘여행’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어쩌면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당신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자기소개를 해달라. 

내러티브 아트narrative art를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지예라고 한다. 


작업 과정을 묘사해달라. 보통 어느 단계를 가장 중요시하는지 궁금하다.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리서치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밑작업이 충분하지 않으면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개인 작품의 경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의 의도와 메시지를 정하고 나면 전달 방식을 고민한다. 매체에는 제한을 두지 않지만 스토리텔링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부터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스케치가 시작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수정하는 편이다. 리서치가 끝나면 그 후로는 계획한 것을 표현해내는 과정만 남는다.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이 단계가 아무래도 가장 즐겁다.


본인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모순적인 느낌이랄까. 진지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거나, 동적인 에너지를 차분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등 극과 극을 결부시키는 것이다. 특히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작업할 때는 ‘지루하지 않은 것’, ‘그림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메시지가 있는 것’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담으려 한다. 평소 그림을 그릴 때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서양적이지도 동양적이지도 않으며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지도 않은 중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색을 사용하는 데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유독 먼지가 낀 것 같은 톤과 질감을 좋아하게 되었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도전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새로운 주제와 콘텐츠를 다루며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늘 꿈꿔왔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단편 이야기를 묶어낸 옴니버스 형식의 책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꾸준히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I’m Good>




글: 김민정 기자 ©월간 <디자인>

매거진의 이전글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