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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Sep 17. 2020

영화 '테넷' | 주인공은 왜 캣을 살리려고 했을까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라는
테넷의 대사는

영화 속 과학이나 논리를 따지지 말고
휴머니즘 자체에 집중해보라는
감독의 메시지인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시간으로 사랑을 말하는 감독
놀란의 신작, 테넷.






heads up ;

영화 테넷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

영화를 본 후에 읽으면 더 좋은 글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조선비즈


50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올해 8월 26일,
그의 신작 '테넷'이 개봉했다.



영화 테넷 ⓒ위키피디아


놀란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한국에서도 흥행했던 놀란의 작품,
인셉션에서는
극단적으로 늦춰지는 꿈 속의 시간을,
인터스텔라에서는
어긋나는 지구와 우주의 시간을 다뤘다.



(왼) 영화 인셉션 ⓒ위키피디아 (오) 영화 인터스텔라 ⓒ위키피디아


이번 신작 테넷에서도
역행하는 시간 이라는 설정이 등장한다.

소위 '인버전'이라고 소개되는
이 설정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개념 및 이론을 설명하는
평론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어려운 과학적 이론을
잠시 옆에 미뤄두고,

영화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복잡한 설정에 비해 간단하다.


환경이 완전히 파괴되어
삶의 위기를 맞은 미래의 사람들이

환경 파괴를 초래한
현재의 사람들을 멸망시키면
환경이 원래대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며
현재를 공격하고 있다.

'테넷'이라는 조직은
현재를 공격하는 미래 세력을 견제하고
현재를 보호하려는 조직으로,

CIA 소속인 주인공은
임무를 수행하다 우연한 기회로
'테넷'에 들어가게 되고,

현재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아
미래 세력을 돕는 '사토르'라는 현재 인물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는 내용이다.


주인공과 캣 ⓒDer Tagesspiegel



그런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주인공의 행동이 있다.

바로
임수 완수를 코앞에 두었는데도 이를 포기하고
*'캣'을 살리려고 했다는 점.

*미래 세력을 도와 현재를 파괴하는 악인 사토르의 부인.
남편에게 약점을 잡혀 꼼짝 못하는 약자의 신세.


오로지 캣을 살리고자
주인공은 일주일의 시간을 낭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주인공은 왜 그렇게까지
캣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했을까?



캣 ⓒLooper


혹시 불륜 관계였을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과 캣은
특별한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애인은커녕 각별한 사이도 아닌데
왜 저렇게까지 구하려고 하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영화를 천천히 뜯어보면

주인공은 영화 전반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을 위기에 처한 관객들 ⓒreddit


영화 첫 부분,
오페라 극장 테러 장면에서

테러를 목격했다는 이유로
죽을 위기에 처한 무고한 관객들을 구하기 위해

임무를 완수했음에도
목숨을 걸고 테러 현장에 다시 들어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폭탄을 수집해
관객을 구하고,



무기 밀매상 아파트에 침입하는 주인공과 파트너 닐 ⓒLooper


무기 밀매상의 아파트에 침입하는 장면에서도

경호원들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함께 간 파트너 닐은 경호원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데 반해
주인공은 목을 졸라 잠시 기절만 시킨다.


이러한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은 임무의 완수보다
생명의 보존을 중시하는 사람이며

임무를 지연시키면서 까지
캣을 살리려고 한 이유도 이해가 된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은 캣을 살림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캣과 아들 ⓒreddit


영화 속에서 캣은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며
모성애가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캣의 모습은 바로
어머니로서의 여성이
현재를 이어나가며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원동력
 이라는 증거이다.

미래 세력
현재를 파괴하는 폭력을 통해
미래를 이어나가고자 하지만,


현재를 존속시키는 사랑을 통해
미래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미래 세력
자신의 생존을 위해
철저히 
이기적인 이유로 행동하지만,


아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철저히 
이타적인 이유로 행동한다.



사토르를 바라보는 캣 ⓒLandmark Media/Alamy


결국

생명을 탄생시켜
현재를 존속시키며

현재와 단절된 미래가 아닌,
현재와 연결된 진짜 미래를 만들어갈
어머니 캣을 살린 것이야말로
진정한 임무의 완수였다고 볼 수 있다.



캣을 바라보는 주인공 ⓒDigital Spy



주인공이 맡은 임무는
미래 세력의 공격을 방어함으로써
현재를 존속시키는 일,
거기까지였다.

이 그 임무를 이어받아
현재와 연결된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유치원 앞의 캣과 아들 ⓒcbr.com


임무 완수 이후,

유치원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캣을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주인공이 이를 저지하고

캣이 아들을 데리고 사라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여기서 주인공은
자신이 
테넷의 주도자라고 하지만,

그는 
캣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일 뿐이다.

미래를 직접 만들어갈 장본인은
바로 캣.


캣과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현재는 계속될 것이며
밝은 앞날이 기다릴 것이라고
희망과 확신을 준다.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라는
테넷의 대사는

영화 속 과학이나 논리를 따지지 말고
휴머니즘 자체에 집중해보라는
감독의 메시지인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글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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