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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Oct 14. 2020

장애가 있던 천재 작곡가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 본 글은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넘버 ‘생각해 줘요 Think of Me와 함께 감상하기를 추천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런던 로얄 알버트홀에서 열렸던 라이브 공연을 공개했다.


공개 후 뒤늦게 보게 되었지만 17살에 봤던 작품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했고,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작품이 새롭게 느껴졌다.


팬텀 역은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 크리스틴 역은 시에라 보게스(Sierra Boggess)가 맡았다. 이 둘은 이미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속편인 <러브 네버 다이즈 Love Never Dies
>에서 함께 연기하며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다.



©넷플릭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은 19세기 말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다. 베일에 싸인 작곡가 ‘팬텀 Phantom’과 그의 선택을 받아 오페라 하우스의 새로운 프리마돈나로 급부상한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괴물로 묘사되는 가면 속 남자 ‘팬텀’은 장애가 있는 인물로, 얼굴의 반쪽이 일그러진 채 태어나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작곡가다. 비록 태어나 한 번도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그가 작곡하는 모든 곡들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그의 재능을 증명한다.


<오페라의 유령> 작가는 왜, 이 엄청난 천재에게 치명적인 신체적 결함을 부여했을까?


©유튜브 The Shows Must Go On!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을 처음 봤을 당시에는

철저히 주인공 크리스틴에 이입해 작품을 감상했다.

난폭하고 강압적인 유령의 태도를 보며 크리스틴과 함께 두려움과 위기감, 연민을 느꼈던

그 감정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수 년이 지나 다시 본,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팬텀의 감정이다.


©유튜브 The Shows Must Go On!


팬텀은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팬텀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가?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가면 속 가려진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등장인물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킨다.

그조차도 스스로 자신을 흉측하다 여기며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은둔 생활을 한다. 


처음 크리스틴을 자신의 거처인 지하 미궁으로 데려와 가면이 벗겨졌을 때

그는 무릎 꿇은 채로

“추한 얼굴 그 뒤편 가려진 진실을 보아줘. 너만은.” 라며 호소한다.


팬텀이 가진 장애는 겉으로 드러나 타인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경멸의 이유가 되어

사랑해 주는 이 하나 없이 본인조차도 스스로를 옥죄고 비틀며 고립시켰으나

그의 겉모습을 들춰보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하고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팬텀이 나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유튜브 The Shows Must Go On!


팬텀이 드러내는 감정은 낯설지 않다.

질투, 분노, 좌절, 우울, 외로움 같은 감정들.


누군가를 조용히 미워하고 시기할 때,

화가 나고 외로울 때,

혹은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 우울하거나 괴로워할 때,

감춰져 있던 감정들은 왜곡된 모습으로 살며시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팬텀의 것과 같다.


 
극 초반, 팬텀은 이러한 감정들을 그대로 내비친다.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대신 

“낮은 잊어”“지난 모든 기억은 잊어” 라고 노래한다. 

그는 도드라지는 얼굴의 장애를 견디는 일이 힘겨워

사랑받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속 어린아이를 그대로 내보이며 서툰 방식으로 사랑을 강요한다.


 
하지만 뮤지컬 후반, 그녀와의 키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느낀 팬텀은

사랑하는 크리스틴에게 “사랑해”가 아닌 “내 곁을 떠나” 라고 외친다.

그는 크리스틴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요구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닌, 내어주고 놓아주는 데서 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일그러진 얼굴은 그저 눈에 보이는 상징일 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우리 모두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팬텀을 발견할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팬텀을 괴물이라 칭하며 ‘나와는 다르다’ 선 그을 수 있겠는가.


내 마음속에 있는 팬텀을 들여다보자.

팬텀이 미움이나 시기, 우울함, 혹은 괴로움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내 마음속 팬텀을 찾았다면, 인정하고 다독여주자.

그는 결코 못돼먹고 없어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그저 사랑받고 싶은 어린아이이다.

작고 여린 내 마음속 아이를 사랑해 주자.


©넷플릭스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기회를 맞이했다. 어려운 이 시국, 내 마음속 어린아이를 닮은 팬텀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 안의 힘든 감정들을 분출하고 싶은 분들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를 추천한다. 





글 | 조아서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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