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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Oct 23. 2020

책으로 위로하며 하나가 되는 공간 | ‘지금의 세상’

그런 날이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울적하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찾을 수 없는 날.

무거운 고민들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누군가를 붙잡고 털어놓을 기력조차 없는 날.


이렇게 내가 나의 기분을 몰라 맞춰주기가 힘든 날엔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향한다. 어디로든 걷다보면 물에 적신 솜처럼 무겁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까 하고.





동네 서점 ‘지금의 세상’은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밖으로 나와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작고 신비로운 잡화점 같은 공간이다.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마주치는 골목을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간판은 없지만 시선을 붙잡는 작은 책방을 만날 수 있다.


강렬한 색감의 인테리어와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공존해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구경하기에 앞서 음료를 먼저 주문했다.

첫 방문에 선택한 음료는 꿀레몬차.
쌀쌀해진 날씨에 마시는 따뜻한 꿀레몬차는 지친 몸과 마음에 달콤한 위로가 되었다.







다섯 테마 X 다섯 권, 딱 25권만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오각형 테이블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이 테이블 위에는 다섯 개의 테마 당 다섯 권의 책들이 놓여있다. 지금의 세상은 딱 25권의 책만을 팔고 있는 큐레이션 서점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행복에 대한 갈망, 마음의 편안함, 사랑에 대한 감정, 지적 호기심.

이렇게 다섯 개 세상 속 다섯 가지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고, 각자의 세상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권 한 권 소중히 준비했다고 한다.  



책 옆에 꽂아 둔 아날로그 감성의 메모에는 왜,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 책방 주인의 설명이 친절하게 적혀있다.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고민과 사연을 통해 모두가 소통하고 함께 위로한다.

요즘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어 거울 벽에 붙이면 이 중에서 매주 고민 한 개를 선택해 그에 맞는 처방이 담긴 책을 추천한다.   





메모지에 꾹꾹 눌러담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들이 모두 모여 벽 한 면을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는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다.





책방 한 켠에 놓인 선반에는 주인이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 꽂혀있는데, 이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읽다 갈 수 있다.


지금의 세상에 없는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별도로 주문서를 작성한 후에 책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의 세상은 이 곳을 다녀가는 이들이 가진 고민과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책방이다.









추천하고 싶은, 추천받고 싶은 책.





고민들이 붙어있는 벽면의 아래 쪽을 보면 작은 상자와 메모가 눈에 들어온다.

메모에는 ‘오각이 배’에 숨겨진 책을 찾았냐는 질문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인 ‘쪽지’를 열어보라는 수수께끼같은 말들이 적혀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을 때, [테마_책제목_추천글]을 써서 상자에 넣으면 그 책들 중 한 권이 ‘오각이 배’를 채운다.

그런데 ‘오각이 배가 대체 뭘까?





옆을 보니 테이블 위에 쪽지가 놓여있었고, ‘오각이 배’를 열어보라고 적혀있었다. 책방 주인은 ‘오각이 배’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며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힌트를 주었다.





‘오각이 배’에는 정체를 알 수 없도록 포장한 책 한 권이 들어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추천 받는 제목조차 모르는 책이지만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의 주제는 <사람>으로, 생각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한다.

호기심은 결국 구매로 이어졌고, 책의 정체는 한 라디오 작가의 사랑과, 일 그리고 행복에 대한 에세이였다.


‘지금의 세상’에서 ‘오각이 배’를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와 블라인드 책 추천의 매력을 느껴보자.










한 번 더 책방에 놀러 오겠다는 인사에 책방 주인은 따뜻한 차를 한 잔 더 손에 들려주며 다정하게 배웅했다.

컵 홀더에 적힌 문구는  
지금의 세상이 늘 즐겁길 :)

잠시 바깥 세계에서 벗어나 지금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긴 책방, 
‘지금의 세상’.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날,
어딘가에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날,

책으로 위로하고 소통하며 함께하는 공간,
책방 ‘지금의 세상’에 가보는 건 어떨까?









Information


주소 | 서울시 동작구 동작대로 3길 41 1층
운영 시간 | 화~토 15시~22시/일, 월 휴무
인스타그램 | @the_present_world
전화번호 | 050713057121


※운영 시간 변동 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





글 | 이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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