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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Nov 25. 2020

사랑의 순수와 이기 |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순수한 사랑이란 무엇이고 이기적인 사랑이란 무엇일까외모학벌직업명예 등 외적인 매력요소에 얽매이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보는 사랑은 가장 순수한 사랑처럼 보인다. 우리가 첫사랑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이유도 가장 순수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반면 상대방의 행복보다 본인의 행복을 위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사랑을 주기보다 본인이 더 많이 받고자 하는 일명 재는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기적인 사랑이란 이러한 '재는 사랑'을 일컫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 순수한 듯 이기적인, 이기적인 듯 순수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이 있다바로 알렉스와 미셸.



©왓챠플레이



  이들은 각자 사정이 있어 거리로 나온 노숙자들이다알렉스는 사고로 다리를 절뚝거리고 미셸은 점점 시력을 잃어간다가진 것 하나 없는 이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순수하게 사랑한다. 그러나 이윽고 미셸의 눈을 치료할 수 있다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미셸의 아버지는 미셸을 찾는 포스터를 파리 도심 곳곳에 붙인다이를 본 알렉스는 그의 사랑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범죄를 무릅쓰고 필사적으로 포스터를 제거한다.





  알렉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셸은 본인을 찾는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고민하던 그녀는 알렉스에게 '사랑하지 않았다'는 메세지를 남기고 떠난다알렉스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미셸의 치료를 방해했다. 미셸 역시 본인의 치료를 위해 알렉스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그렇게 둘은 최악의 이별을 한다. 그런데 미셸은 눈을 치료한 이후에 알렉스를 찾아가고, 둘은 퐁네프 다리에서 만나 순수한 사랑을 다시 이어간다.


  이 둘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길래 상처를 주고받았음에도 재회했을까?









순수한 사랑과 이기적인 사랑



  미셸과 알렉스는 삶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지저분한 몰골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거리의 부랑자인 이들은 몸도 성하지 않다미셸은 시력을 잃어가고 알렉스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전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렉스와 미셸 같은 노숙자에게 사랑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사랑한다이들에게 외모직업부 등 매력적인 외적 요소가 배제되어 있지만, 이들의 사랑에 있어서 이런 요소들은 고려대상이 아니다사회적 시선과 위치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같다. 그리고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애틋하기도 하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가 되는 이들의 사랑은 순수하면서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먼저, 알렉스는 미셸보다 자신을 위했다. 알렉스는 미셸을 찾는 포스터를 보고 그녀가 치료를 위해 떠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미셸이 모르게 포스터를 제거하려고 분투한다. 이러한 알렉스의 모습은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빌어주기보다 본인의 사랑을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다. 그야말로 이기적인 사랑이다.





  그렇다면 미셸은 일방적인 피해자인가그렇지 않다치료법을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자 미셸은 알렉스에게 단 한 번도 그를 사랑한 적 없다며자신을 잊으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다.






그녀에게는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치료법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알렉스에게 상처 주는 쪽을 택했다. 미셸은 분명 본인이 남긴 메세지가 알렉스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미셸은 본인의 행복을 더 우선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셸 역시 이기적으로 사랑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본인의 행복보다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랑은 현실에서 드물다그렇기 때문에 두 인물의 이기적인 사랑은 우리들의 사랑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애인이 떠나갈까 불안해한 적이 있는가? 혹은 상대방보다 다른 것들이 우선시되는 순간들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알렉스와 미셸의 행동을 비난하기보다 알렉스에게 미셸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에 대해그리고 미셸에게 그녀의 치료가 얼마나 중요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극단적으로 보일지언정 그 본질은 우리들의 사랑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 이 둘은 퐁네프 다리에서 재회한 후, 노숙자 시절의 아름답고 빛나는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대체 왜아마도 미셸은 알렉스의 잘못된 행동 그 자체보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절절한 마음을 이해했을 것이다마찬가지로알렉스는 미셸이 남긴 메세지 그 자체보다 모진 말을 해야 할 만큼 눈을 소중히 여긴 그녀의 마음을 헤아렸을 것이다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순수했던 사랑의 순간을 잊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상처를 주었던 상대방의 행동 자체보다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행복했던 사랑을 기억한 두 사람.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도 사랑할 때 본인의 행복을 우선시해 상대방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상대방이 준 상처 그 자체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고, 순수하게 사랑했던 마음을 기억한다면 행복한 연애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여러 커플 관련 사건사고들만 봐도 현실은 영화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감독은 현실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이 러브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영화에서라도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믿음과 환상을 가지도록 한다.





글 | 김영은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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